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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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서울 용산 전자상가 근처에 빌라 전세로 거주 중인 33세 반의 회계사 겸 덕후 박희봉씨는 2월 중순무렵 프린스가 몽트뢰 재즈 페스티발에서 3일 연속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생전 처음으로 유럽에 향하기로 결심… 6개월 간의 치밀한 계획 (비행기표를 샀다는 뜻) 끝에 7월 중순 두바이 경유 취리히 행 비행기에 4척 기럭지 몸을 싣는다.

도착하자마자 프레디 머큐리 동상 앞 맥도날드에서 치킨윙 4조각과 생수를 구입하는 기염을 토하며 현지에 쾌속 적응… 3일간 게스트하우스 조식과 맥도날드 해피밀 셋트, 그리고 공연장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한 바나나로 식사를 해결하고 프린스 공연을 3일 연속보며 프린스 공연 횟수를 9회로 높임. 그와중에 스위스 현지 방송에 인터뷰를 하여 공중파 뉴스 티비에 출연… 스위스슈퍼스타 (줄여서 "스슈스")에 등극함

그리고 레너드코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베를린 행으로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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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을 한지 이미 한달 반이 지났지만, 매 1시간 간격, 아니 매 30분 간격으로도 복기를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이 다 기억이 난다. 바둑이 끝나고 나서 바둑기사가 자신의 경기를 복기하는 것 처럼…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걸까?

아닌데, 그럴리가 없는데;;

어린이가 어린이였을때,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기 때문에 세상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차 있고, 시간은 빨리 흘러가지 않는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기를 바라지만 정작 어른이 되고나면 아무것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세상은 빨리 지나갈 뿐이다.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베를린천사의시를 연상시킨다는 점을 알텐데!!)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를 다닐때, 시험을 보고 반에서 1등을 하면 아버지가 가족들을 데리고 돈가스를 사주셨었는데, 어른이 되면 꼭 내가 먹고 싶을때 언제든지 돈가스를 사먹겠다라고 다짐했다.

서른세살이 된 지금 난 내가 11살때 다짐했던 것이 기억나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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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때 나의 몸과 마음은 매우 지쳐있었다. 베를린에는 80을 다먹은 늙은 포크가수의 공연이 기다릴 뿐이었다. 모든 흥분과 정열은 모두 소진되어버린 듯 했다. 아직까지도 난 공항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가는 방법을 몰랐다. 진작에 공부좀 해올걸..

비행기를 타자, 승무원이 내게 식사를 주문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런 것 같다. 뭐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내 입에서 뭐라뭐라 주절거렸다. 뭘 주문했을까… 음식이 나오자 1달 전의 박희봉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현지 음식에 적응 못할까봐서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을 시켜놓았군! 정말 1분만에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박박 긁어서 모두 내 뱃속으로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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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밖은 매우 밝았다. 오후 4~5시 처럼 햇살이 강렬하게 창가를 비추었다. 1시간 이라는 애매한 시간덕분에 여행전용 몰스킨 수첩에 이것저것 유치한 생각을 적어놓으며 시간을 허비한 다음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했다.

유럽 국가간 여행이라 그런지 별도의 입국절차도 하지 않았고,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그곳에서 짐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짐은 좀처럼 나올 기미가 없었다. 마치 신경안쓰는 사람의 짐부터 먼저 내려주고 나처럼 짐을 못찾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사람의 짐은 일부러 나중에 보내주는 것 같았다.

신종 인종차별인가…

짐을 찾고 밖으로 나왔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택시를 잡아 탔다. 사실 나는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결국 돈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프린트해간 약도를 보여주자 택시 기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출발했다. 나는 창문을 열고 신선한 바람을 가르며 베를린의 밤공기를 1분간 만끽하고 아이폰의 구글맵으로 위치정보를 확인하면서 택시기사가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감시했다. 나를 엿먹일 생각을 추호라도 하고 있다면 한국의 태권도의 매운맛을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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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우려와 달리 택시비는 얼마 나오지 않았다. 35유로였나, 25유로였나…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적은 택시비에 만족하여 잔돈을 선뜻 다 내어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레너드코헨의 공연장에서 불과 1km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클라식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머리가 매우 작고 (너무 작아서 생각은 할까 싶을 정도로) 얼굴이 매우 무표정으로 생긴 언니 (약간 에바그린 필 나는)가 나를 맞이했다.

언니는 나를 보고 "Are You Mr.Park?"이라고 물었다. 마치 여운을 남기는 영화의 마지막 대사 처럼…

모든 것이 다시 정상궤도에 있음을 확인하고 나는 안도를 했다. 이제 무사히 이 곳에서 레너드코헨의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여행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프린스가 80살쯤 되면 그때 와야지.. 내 처자식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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