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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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트뢰에서 돌아온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평일은 일을 한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않았고, 오늘 글을 잔뜩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역시나 바빴다. 나는 항상 바쁘다. 유유자적하느라…

어차피 내 여행기에 어떤 여행의 팁이나 정보가 될 만한 것은 애초에 담을 생각도 없었고 그럴 능력도 없다. 그러니까 여행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느낀 걸 적어야 하는데 사실 내가 뭐 그렇게 감수성이 뛰어난 20대 초반 여자애들도 아니고…

"난 단순히 공연을 보기 위해서 갔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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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취리히까지 가는 여정은 이미 비행기 안에서 썼으니, 이제 취리히 공항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쓰면 되겠다. 비행기에서 내려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입국심사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비자가 따로 필요하지도 않았고, 여권을 쓰윽 보더니 뭐라 내게 말을 걸었던 것 같다. 여행 목적이냐고 물어봤었는데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급 흥분모드였는지 입국심사관에게 "몽트뢰 재즈페스티발 보러왔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입국심사관은 무심한듯 쉬크하게 도장을 콱 박아주고는 나를 보내줬다.

어떤 느낌일까? 마치 한국에 온 태국 소년이 입국심사장에사 "나 보령 머드축제 보러왔다" 라고 말하는 상황이랑 비슷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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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을 하려면 어느 열차를 몇시에 타야하고 이런 것 쯤은 미리미리 공부를 해갔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런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열차표는 Open Ticket이란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 몰라 난 분명히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서 열차표를 예매했는데 그냥 백지수표 처럼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티켓이 내게 도착했을 뿐…

"아, 그냥 아무때나 기차를 타면 되는건가?"

이건 그냥 내 추측이었을 뿐, 그 누구에게도 물어봐서 확인하거나 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여정을 한 사람이 주위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귀찮아서… 구글 지도나 스위스 철도청 비스무레한 곳에 찾아가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 열차는 검색이 되는데 ICN, IR 뭐 이런 이름이 붙는데 우리로 치면 무궁화호, 새마을호 이런건가 싶기도 한데 역시나 난 아직까지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대충 감은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서 "나 몽트뢰 가는 지나가는 과객인데 나 좀 도와주시오"라는 말을 발을 동동 굴리며 느긋하게 얘기했더니 아줌마가 친절하게 시간표에 동그라미를 쳐주며 로잔행 기차를 타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짧은 다리를 연신 휘두르며 플랫폼 3번으로 향했다.

그리고 플랫폼으로 도착하자마자 3분도 안되어 열차가 도착했고, 나는 열차에 드디어 탑승했다.

4

열차는 거의 텅 비어있었다. 기대했던 것 처럼 날씨는 매우 좋았고, 선글라스를 낀채로 창밖을 바라보며 맨발을 길게 뻗어 맞은편 좌석에 걸쳐놓고 휴가의 첫날을 한껏 즐기도록 했다.

사진도 찍어 올리고, 음악도 들었다. 마치 이 기차는 나를 몽트뢰에 태워주기 위해서 만들어지고 운행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지 승객이 타게 되면 혹시나 내게 "너 혹시 몽트뢰 재즈페스티발 가는 길이니?"라고 물어볼 것 만 같은… 낯선 곳에서 마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

물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어주거나 하지 않았다. 가끔씩 신기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노인네들이 몇명 있긴 했다.

5

커다란 창밖에 비치는 햇살 가득한 날씨의 몽트뢰는 너무나 평온스러웠다. 여행을 가게 되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너무나 여유로와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도 그랬고, 뉴욕에 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여행을 가게 되서 그 지역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결국 나 같은 여행자들이거나 할 일 없는 사람들이겠지. 바쁜 사람들은 어차피 빌딩 안에 있으니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그 지역에 대한 환상은 가끔씩 이러한 상황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가끔은 이 도시를 통채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여행객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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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바다(?)로 추정되는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제서야 몽트뢰에 가까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내가 몽트뢰에 가기 위해 환승을 해야하는 로잔역 근처였고, 그 바다(?)는 레만 호수였다.

3시간 가까이 여정을 마치고 로잔역에서 내린 후 마지막으로 20분 정도의 기차를 한번만 더 타면 이제 드디어 몽트뢰다. 역시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으므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아저씨 (그러나 나보다 어쩌면 더 어릴지도 모르겠군)에게 다가가 나 몽트뢰에 프린스 만나러 가야하는데 날 좀 도와주라고 했더니 몇번 플랫폼에서 열차를 타라고 퉁명스럽게 알려줬다.

망할 자식, 인터내셔날 프린스 팬을 홀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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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에서 몽트뢰까지 가는 열차는 생각보다 허름했다. 신기한 것은 열차표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취리히에서 로잔까지 가는 길에서는 역무원이 돌아다니면서 티켓을 검사하고 펀치로 조그마한 구멍을 내주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라면 무임승차를 하고 화장실에 숨어있어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희한한 운임 시스템은 현지에서도 계속 되었었는데 나는 줄기차게 열차표와 버스표를 구입했고, 그 어느 누구도 내 탑승을 검사하지 않았다.

뭐지? 이 자식들이 내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건가??

아니면 지금 스위스 현지에서 나를 지명수배하거나 한건 아니겠지…

8

그리고 현지시각으로 5시쯤, 나는 드디어 몽트뢰에 도착했다.

희봉

2013.07.28 17:09:08

걱정/우려했던 바와는 정 반대로 나는 취리히에서 몽트뢰까지 아주 무사히 도착했다. 여행이 별거냐?

희봉

2013.07.28 17:09:31

응.. 여행이 별거긴 하더라..;;; 내가 다신 여행안가.. 요거랑 똑같은 코스 아니면 유럽 다신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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