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몽트뢰 재즈페스티벌 프린스 공연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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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콘셉이 비슷했던 두번의 공연과 달리 오늘 공연은 하드록이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지난 다이하드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프린스의 기타 연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앞선 두 공연에서 프린스는 기타와 키보드 모두 한번도 연주하지 않았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매우 들떴다.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가서 놀아야지하는 마음에 숄더백 대신에 복대에 티켓, 지갑, 핸드폰 요 3가지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는 숙소를 나섰다. 프레디머큐리 동상 뒤에 위치한 맥도날드에서 어린이셋트(!)를 챙겨먹고 느긋하게 걷다보니 1시쯤 공연장 앞에 도착했는데, 2시부터 문이 열리기 때문에 일찍 도착한 다이하드팬들이 문 앞에 이미 장사진을 펼치고 있는 것을 목격했지만 무리하고 싶지 않았기때문에 호숫가에 늘어진 파라솔 아래 릴렉스 체어에 몸을 뉘었다.

몽트뢰 레만호수를 바라보면서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1시간을 누워있다가 2시가 되자 마음이 조급해져서 공연장을 향했다. 느긋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덕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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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 정각에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입장한 다음, 줄을 살펴보니 이미 어제의 3~4시 쯤과 비슷한 인원수가 앉아 있었다. 딱히 할일도 없고 해서 그냥 줄을 서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공연은 특별히 더 재밌을테니까…

미국과 달리 확실히 유럽의 프린스 팬들은 그 기반이 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예상된 하드락 공연에 매우 들떠있는 눈치였다. 앞선 두번의 비슷한 컨셉의 훵크/소울 오케스트라가 모두 맘에 든다고 말한 사람은 휴스턴에서 온 흑인아저씨 뿐이었다.

입장하기 30분쯤 전부터 몽트뢰재즈페스티발 공식 기념품 가게에서 프린스의 Sign O' The Times 앨범을 틀어주었고,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공연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시큐리티가 사람들을 순서대로 10명 정도로 나눠서 입장을 시켜서 프린스 팬들끼리 밀치고 밀어내고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1층에서 입장하여 공연장 3층까지 전력질주… 그리고 공연장에 입성… 무대를 보는 순간… 드디어 브라스 파트를 위한 공간 없는 락공연장 무대 셋팅이 눈에 보이자 모두들 환호성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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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공연 시작 시간보다 늦은 8시 40분쯤 되어서 프린스가 기타를 메고 등장했다. 드디어 프린스의 기타 연주를 보는구나.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퍼플레인의 오프닝 트렉인 렛츠고크레이지의 새로운 하드락 버전으로 시작하여, 엔돌핀머쉰으로 몰아친다음 최근 공개하여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크루드라이버까지 내 달리면서 프린스와 그의 여자 기타리스트는 마치 기타를 연주하다가 죽어버리겠다라는 의지를 가진 것처럼 맹렬하게 기타 솔로를 후려댔다.

고전 힛트곡과 최근 발표한 록넘버를 반반씩 섞어가면서 10곡쯤 지났을까 프린스가 사라지고 밴드 멤버들이 잔잔한 발라드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그 곡은 Sometimes it snows in April이었다.

공연장을 가득 매운 4천 관객들이 이 아름다운 발라드를 따라불렀다.

사실 지난 이틀간 프린스가 기타를 연주하지 않았어도 내가 그닥 불만을 갖지 않았던 이유는 그의 보컬 컨디션이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그의 목소리가 예전같지 않아서 기타를 좀 더 많이 연주해주기를 바랐었는데 그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었다.

이날 프린스는 The Love We Make, When We're Dancing Close & Slow와 같은 기존 노래 뿐만 아니라 미공개곡인 Down을 불렀는데 특히 Down후렴구에 프린스 특유의 비명소리 창법이 브라스 오케스트라와 어울려 너무나도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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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의 하드락 공연이 모두 끝났음에도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프린스를 소환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기에…

결국 프린스가 한번 더 나왔고 키보드에 앉아서 When Doves Cry 반주를 틀었다. 이때부터 30여분간의 본격 댄스 타임. 앞줄에 앉은 관객들이 무대위로 올라가 춤을 추고 프린스는 자신의 힛트곡 중에서 댄서블한 넘버들을 디제이처럼 믹스하면서 틀었다.

다소 정신없지만 3일간의 파티를 종료하기에는 괜찮은 무질서… 공연이 모두 끝나고 프린스가 "이제 여긴 우리꺼야!"라고 말했고, 사람들은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화답했다.

전날과 달리 공연장을 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흡족해 보였다. 이렇게 몽트뢰에서의 프린스 3회 공연이 모두 끝났고, 나의 프린스 공연 횟수는 6회에서 어느덧 9회가 되었다.

나의 열번째 프린스 공연은 어디서 보게될까? 그리고 누구와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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