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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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트뢰는 인구 몇 만이 안되고 걸어서 한시간 안에 시내를 활보할 수 일정도의 작은 휴양지다. 이 곳에서 공연을 보는 수많은 프린스 팬들은 사실 유럽 각지에서 모인 열성팬들이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방문자"들이었고, 그들은 한국에서 30시간 비행기를 타고 건너온 나를 매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이것은 내가 이제까지 미국에서 프린스 공연을 봤었던 때와 너무나 다른 환경이었다. 덕분에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5~6시간 (첫날은 12시간에 육박)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게다가 첫날 공연장을 입장하기 위해 오전부터 줄서있는 나를 스위스 텔레비전 뉴스에서 인터뷰하는 바람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까지 생겨버렸다. 사람들은 내게 "너가 몽트뢰에 모인 프린스 팬 중에서 제일 유명하다"라고 치켜세워주기도 했다.

그들은 내게 매우 친절했다.

몽트뢰 재즈페스티발은 입장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팔찌를 채워주고 입장시켜줬는데, 두번째날 아침 내가 묵고 있는 유스호스텔의 식당에는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전날 프린스 공연장에서 나눠준 팔찌를 그대로 차고 있었다. 난 그들의 이러한 행동이 매우 귀엽다고 생각했다. 세번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베를린으로 떠나는 아침에 이 사람들 모두 세개의 팔찌를 손목에 그대로 차고 있었다. 물론 나 역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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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오전 9시부터 줄을 섰었지만, 2시쯤 팔찌를 교환받고 3~4시가 될때까지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두번째날은 약간 유유자적하면서 공연장까지 걸어갔다. 숙소에서 공연장인 스트라빈스키 오도토리움까지는 도보로 30분쯤 되었는데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다가 정오쯤 되서야 출발했다.

몽트뢰의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프레디머큐리가 죽기전에 요양했다는 몽트뢰의 레만호수, 숙소에서 호수가를 따라 20분쯤 걸으면 프레디머큐리의 동상이 보였다. 내가 중학교 시절 너무나 숭배했었던 QUEEN의 프레디 머큐리, 수년만의 마지막 앨범이라 할 수 있는 made in heaven이 발매되었을때 표지에서 보았던 그 뒷모습… 앨범의 첫곡은 It's a Beautiful Day였는데, 맑은날 오후의 레만호수를 보니 그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졌다. 그리고 공연장으로 가는 길에서 그 앨범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You Don't Fool Me가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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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쯤 공연장에 도착하고, 공연장 안에서 여기저기 유유자적하다가 4시쯤 되자 사람들이 서서히 모이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해서 줄을 섰다. 전날 아침 9시부터 줄을 서고 녹초가 되었던 것에 비하면 두번째 날은 매우 상쾌한 출발이었다. 레드불도 한캔 마시고, 근처 편의점에서 바나나도 3개를 사왔다.

공연은 8시부터 예정되어 있었고, 입장은 7시부터였는데 6시쯤 되자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출입구쪽으로 모여들었다. 무려 47년이의 역사가 있다는 몽트뢰 재즈페스티발인데 출입관리가 너무나 엉망인 것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아니면 이렇게 광적으로 달려든 팬들은 여지껏 보지 못했던지…

사람들 사이에 끼이고, 밀려서 겨우 입장을 할 수 있었고 공연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서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비교적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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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의 공연이 너무나 다를 것으로 기대했던 팬들은 공연장에 달려가자마자 전날과 다르지 않은 무대의 셋팅을 보고서는 다들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게다가 예정된 시작시간인 8시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9시가 다 되서야 공연이 시작되는 바람에 사람들은 기다리는 동안 환호성 못지 않게 야유도 섞어 보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프린스가 등장하자, 전날과 다르지 않은 환호성으로 그를 맞이하고 공연을 즐기기 시작했다. 무대셋팅에서 예상할 수 있었듯이 전날과 같은 컨셉으로 프린스는 마치 제임스브라운처럼 빅밴드의 리더처럼 밴드를 지휘하면서 노래하고 춤을 췄다.

전반 1시간은 전날과 완전히 다른 Set List에 자신의 힛트곡을 많이 섞는 편성으로 팬들을 매우 즐겁게 했다. 배트맨 OST의 Partyman에 80년대 중반 힛트곡인 레즈베리베렛, 테잌미위드유, 렛츠워크.. 그리고 자신의 꼬붕밴드 The Time에 주었던 훵크 넘버 COOL까지… 매우 즐겁고 흥겨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프린스가 무대밖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해서 2부가 시작되자, 전날 연주했던 곡들이 연달아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이때부터 사람들의 흥이 약간 꺾인 듯해 보였는데, 여기에 온 사람들의 대다수가 3일표를 모두 구입한 사람들이었던데다가, 전혀 다른 컨셉의 콘서트를 기대했던 까닭에 불과 하루 사이에 다시 보는 같은 곡 편성은 흥미를 반감시켰다. 옆에 있던 프랑스 소녀는 "왜 힛트곡들이 그렇게 많으면서 어제랑 같은 곡을 하냐고!"라면서 투덜거렸다.

대다수의 밴드가 사실 거의 셋리스트를 바꾸지 않으면서 투어를 하는데 프린스는 공연의 절반(!)이나 다른 곡으로 편성했음에도, 절반(!)이나 같은 곡을 연주했다고 욕을 먹다니… 다이하드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이토록 힘든 것이다.

어쨌든 팬들은 프린스가 무대뒤로 사라져갈때마다 끊임없이 엄청난 환호성으로 소환했고, 3~4번의 앙코르 끝에 프린스가 모든 밴드멘버를 일렬로 세우고 인사를 하고 무대뒤로 도망가듯 떠난 후에 밴드멤버 중 하나가 콘서트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나서야 사라들의 야유를 받고 마무리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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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팬들은 세번째 공연에 대한 엄청난 갈증을 안은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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