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몽트뢰 재즈페스티벌 프린스 3일 공연 첫째날 공연 후기

(부제 : Happy Prince)

몽트뢰 재즈페스티벌 프린스 공연 DAY 1

아침 9시에 도착해서 2시에 메인홀에 입장, 티켓을 팔찌로 바꾸고 다시 6시간을 기다려서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기 까지 거의 12시간에 가까운 지루한 기다림… 아침에 먹은 유스호스텔 조식이 내가 먹은 유일한 식사였고, 전날 30시간의 장시간 비행으로 체력도 이미 고갈된 상태였다. 여기에서 또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공연을 더 볼 수 있을까

과연 그는 어떤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까?

디스토션 먹인 기타을 연신 쳐대는 하드락? 재즈? 블루스? 올드스쿨 소울? 설마 똑같은 공연을 3일 내내 보여주진 않겠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로썬 공연을 한번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공연이 어떨지 알지 못하는 상태다.)

약속된 8시에서 10~20분쯤 흘렀을까, 프린스 밴드의 키보디스트가 등장하면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프린스를 제외한 나머지 멤베들이 노래 하나를 다 끝내고 나서야 프린스가 등장했고, Days Of Wild로 흥겨운 훵크 쇼의 시작을 알렸다.

3900명만 들어가는 크지 않은 공연장 (스트라빈스키 오도토리움), 이를 가득 메운 유럽의 die-hard 프린스 팬들 앞에서 프린스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 내가 이제껏 보아온 5번의 공연에서 프린스가 이토록 연신 웃어대고, 댄스를 멈추지 않는 공연은 본적이 없었다.

어제 프린스가 기타를 잡지 않았음에도, (그것때문에 공연 시작 10분 동안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철저히 훈련된 빅밴드쇼가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어제의 프린스는 그 어느 때보다 제임스 브라운 처럼 움직였고, 몸과 표정에서 과장이 흘러 넘쳤다.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 처럼 그와 20명에 가까운 밴드 멤버들의 표정과 몸짓이 철저히 계산된 각본같았다.

무대 왼쪽 맨 앞줄에서 3~4미터 쯤 떨어져서 보고 있었는데 공연 시작하자 마자 프린스가 우리쪽으로 몸을 던졌다. 2006년 이후 프린스를 가까이서 본적이 없었는데 프린스가 손을 뻗치면 닿을 만큼의 거리에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머리를 한웅큼 잡을까 했지만, 탈모 방지 차원에서 잡지 않았는데 그의 옷이나 몸을 만지는 팬들은 있어도 그의 솜사탕 같은 커다란 머리는 잡지 않았던 걸 보면 다이하드 팬들의 마음은 한결같나보다.

어제 프린스는 렛츠고크레이지, 리틀렛코벳, 웬도브즈크라이, 크림 같은 힛트곡을 전혀 부르지 않았다. die hard 팬인 나조차도 공연 곡들 중 2~30% 정도가 생소했다. 아마도 곡 중간중간에 6~70년대 Soul/Funk 클래식을 메들리 형식으로 끼워넣은 것 같았다.

사실 최근에 프린스가 기타 플레이에 더 몰두하고, 최근 팬들 역시 기타 연주에 더 열광적이었던 것의 이면에는 그의 보컬 컨디션이 예전만 못한 게 컸는데, 어제 프린스는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였다. 음향 시설이 좋아서 그랬을까, 프린스의 보컬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기타를 연주하지 않았어도 오히려 그와 백보컬의 하모니를 듣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특히 Old Friend For Sale, So Dark, Satisfied, Something In The Water (Does Not Compute) 를 부를 때 그가 얼마나 대단한 보컬리스트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앵콜에서 프린스는 퍼플레인을 불렀고, 이때마져 기타 솔로를 연주하지 않고 후렴구 보컬 애드립으로 마무리 지었다.)

팬들은 너무나 열광적이었다. 여섯시 반부터 입장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팬들은 마치 10대들처럼 움직였다. 50 먹은 중년들이 각자 다른 추억이 담긴 프린스 티셔츠를 입고, 프린스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공연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매우 생소한 장면…

공연이 끝났음에도 사람들은 전혀 나가지 않고 각자의 방법으로 프린스를 3번이나 소환했다. 가장 웃긴 방법은 다들 손을 하늘 위로 올리고 손바닥을 흔들면서 "워어~~"하고 외치는 것이었는데,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기우제를 지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결국 기우제는 퍼플레인이 되어 돌아 왔다.

마치 원한이 맺힌 귀신의 원혼을 씻어주듯 퍼플레인을 듣는 순간 이제 집에 가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두번의 공연이 더 남아있다. 오늘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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