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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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 8월 12일 오후 4시 16분 (뉴욕 시각 새벽 3시 16분)

총 14시간의 비행시간 중에 겨우 6시간이 조금 지났음이다. 앞으로도 8시간이 남아있다. 기내는 어둡고, 사람들은 잠에 빠져있다. 오후 4시 인데 어쩜 저렇게 간밤에 골아떨어진 것 처럼 잘 수 있을까. 내가 잠깐 잠든 사이에 승무원이 Sleeping Pill이라도 배포한건가.

난 비행기에서 남들이 다 받는거 나만 못받으면 엄청 속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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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희봉닷컴에 글을 쓴게 언제였지?

지상이었다면 당장에 인터넷 창을 열어서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5만 피트 상공... 마치 글을 쓰기 위해 비행기를 탄 것 처럼, 노트북을 언제 꺼낼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우리의 근심 걱정은 중력의 영향이라도 받는 걸까? 비행기가 뜨는 순간 근심걱정들은 지표면에 머물고 나는 지상의 모든 근심 걱정으로부터 자유롭게 된 것 같다. 겨우 걱정거리가 노트북을 언제 꺼내야할지 정도라니;; (내가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가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기위해 난 퇴사를 했지.)

물론 식사를 하고,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화장실을 모두 다녀온 후에야 노트북을 겨우 꺼낼 수 있었다. 이제 적어도 앞으로 몇시간 정도는 방해받지 않을 수 있겠지. 나의 진지한 집필하는 옆모습을 보고도 화장실이 가고 싶을까

방광을 움켜쥐어라 옆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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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쓸 말이 없다.

내 머리도 지상을 벗어나면 작동이 안되는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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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누나가 내게 물었다

"뉴욕에서 프린스 공연하니?"
"아니"
"누구 만날 사람이라도 있니?"
"아니, 없어..."

그렇게 대답하고 나니 내가 왜 뉴욕엘 다시(!) 가겠다고 한건지 약간 내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뭐 뻔하잖아... 34년간 지독하게 게으르게 살아온 박희봉이 무언가 새로운 걸 공부하기 싫어서 또다시 온 갖 구실을 갖다붙이고는 선택하게된 것이라는 것.

그리고 4년전 했던 것과 똑같은 걸 반복하겠지. 애석한 일이라면 이 기간에 프린스 콘서트가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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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회사를 그만두었다.

에볼라보다 더 무섭다는 염병... 일하기 싫은 병;

이게 벌써 4번째 퇴사, 스트레스에 대한 약한 내성 탓에 힘들때마다 나 자신과, 내 주위사람을 실컷 괴롭히고 모두를 힘들게 한 후 급작스럽게 퇴사를 결정하는 언제나 같은 패턴으로...

하지만 지난 2010년 9월 퇴사 이후로 지금 직장은 무려 4년이나 다녔어. 매우 기특하다 4척 기럭지 인간 박희봉... 물론 중간에 2개월의 휴직과 한 번의 부서 이동이 있긴 했었지만, 에고의 껍데기를 구기지 않은체로 나름 잘 버텨내었다.

부서지지 않고 잘 버텼어!!

기류가 불안정하여 비행기가 마구 흔들리고 있으니 안전벨트를 메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죽기 싫어서 비행기에 있는 300명의 사람들 중에서 1등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어떻게 지켜온 내 에고인데, 비행기 사고사로 죽을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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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다

라면 끓여달라고 하면 주려나...

무안 당하기 싫으니 어딘가에 물어보면 좋으련만, 5만피트 상공에선 물어볼 사람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안되고 참 불편하다.

희봉

2014.08.13 11:29:15

그런데 비행기 고도가 5만피트가 맞긴 한건가? 그냥 엄마찾아 3만리 처럼 그냥 왠지 5만피트라고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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