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요즘 학교에서 수강하는 과목중에서 단연 최고는 "역사와영화"라는 강좌다.. 매주 월요일에 영화 한편을 풀버젼으로 보여주고.. 수요일에는 강사가 재밌는 뒷담화를 재잘재잘...

첫주에는 Zulu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날 바빠서 보다 졸아버렸고... 두번째 주, 그러니까 이번주에 영광의 깃발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일단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화려한 캐스팅!! 고질라, 가젯트형사 -_-에 출연하여 자신의 커리어를 웃기게 도배했던 매튜 브로데릭(이 영화에선 엄청 멋지고 진지하게 나온다..), 그리고 말이 필요없는 덴젤워싱턴, 모건프리만 등등

내용은 이러하다.. 남북전쟁이 벌어지던 미국의 북부에서.. 흑인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흑인으로만 이루어진 부대가 창설되는데, 주인공인 로버트 굴드 쇼는 대령으로 임명되며 이 군대를 이끈다. 이 스토리는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군에 자원입대하여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흑인부대를 이끌다 뒤져버린 실존인물의 이야기란다. 강사의 전언에 따르면 "이 놈이 여친이 없었는지(-_-) 전쟁도중 있었던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꼬박꼬박 부모님에게 부쳤다.. 그리고 이 편지들이 현재 하버드 대학에 보관되어있따" 라고 한다.

역시나 전쟁영화라고 볼수있는데 엄청 허무한건 주인공이 전쟁도중에 너무나 -_- 손쉽게 죽어버린다는거다.. 총맞고 한 3~5분의 장렬한 대사를 읊어주는 것이 예의일 듯 한데.. 그냥 픽~ 쓰러지는거다..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걸 보고 욱! 한 덴젤워싱턴이 또 튀어나갔다가 총 몇방 맞고 픽~ 쓰러지고 -_-;; 리얼리즘에 너무 충실해도 이상하단 말야.. 그런데 어찌보면 그 무미건조한 그 엔딩이 너무나도 장엄해보였다. 하지만 순간 "가제트 만능 우산 발진!"하고 머리속에서 우산/낙하산이 튀어나올 것같은 상상을 한건 왜일까.. -_-;; (난 너무 주성치틱한 상상력이 탈이라니까..) 그래서 사람은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길래 코미디 영화 너무 많이 찍으면 이미지가 고정되!!

강사는 이 부분에서 한가지 중요한점을 지적해주었다. 인간이 전쟁을 하는 것은 "명분"때문이다. 하지만 전투에서 살고싶은 본능을 억누르고 용감하게 적진에 뛰어드는 사람의 심리기재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우애란다. 자기 옆에서 수개월간 함께 한 전우가 총에 맞고 죽는 것을 보는 순간 사람이 휙 돌아버린다는...

p.s. 하지만 나에게 가장 큰 감명은 엔딩 전투신의 바로 전날밤, 흑인 병사들이 횃불을 가운데두고 모여서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수십명의 깜댕이 형님들이 아카펠라를 넣어주고, 한사람씩 나와서 설교/노래를 부르는 장면... 나도 모르게 "오~ Lord! Lord!!", "에이멘~ 에이멘~"을 외치게할뻔 했던 그 장면.. 자신들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숙연하게 기도하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흑.. ㅠㅠ (감상평/스포일러 끝...)

p.s.2. 이 영화 요즘 OCN인가에서 가끔 해주더라.. 혹시 남북전쟁틱한 시대배경에 가젯트형사, 모건프리만, 덴젤워싱턴 나오는 영화하면 꼭 지나치지 말고 보시길...

p.s.3. 모건프리만이, 세상에 대한 불만과 증오로 가득차 자신들이 깜둥이일뿐이라고 재잘대자 덴젤워싱턴에게 날리는 결정적인 명대사..



"여기에서 깜둥이는 너뿐이야"

아 근데 그말을 듣는 순간 왜 내 뒷골이 확! 떙겼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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