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아티스트 - 프린스
앨범명 - 3121

1. 2년만의 귀환

2004년도는 퍼플레인 이후 프린스에게 가장 뜻깊고 다사다난했던 해가 아니었나싶다.. 먼저 그래미어워드의 오프닝을 장식했으며 아티스트에게 평생의 영광인 락앤롤명예의전당에 당시최고의 인기아티스트인 아웃캐스트와 알리시야키즈의 소개로 그 이름을 올렸으며 각종 TV쇼에 출연하여 그의 새 앨범 뮤직칼러지를 홍보하였으며 전미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그해 북미 콘서트 수입 순위 1위를 거머쥐기도 하였다.. 물론 그의 앨범은 2백만장이라는 성공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프린스가 돌아왔다"라는 세간의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꼬박 1년을 쉬었다.. 2005년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채 그냥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를 하고 준비하고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2. 3121의 등장

3121이라는 문구가 처음으로 등장한건 2005년 NAACP Awards (일종의 유색인종들, 물론 주로 흑인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일한 사람들에게 주는 시상식)에서의 선구자상을 받으러 시상식에 나와 10여분 정도의 퍼포먼스를 하러 나온 프린스의 등짝에 크게 새겨진 3121이라는 숫자.. 프린스 팬들 사이에서 그 문구를 해석하려는 노력이 벌어졌지만.. 그 누구도 아직까지 그 해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다만 그가 2000년도 무렵부터 심취한 여호와증인과 관련지어 종교적인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우세할뿐이었다.

3. 차근차근 잘근잘근 음미해보기..

일단 타이틀곡인 3121은 한마디로 별로다. 곡 자체는 좋지만 뭔가 전에 들어본 것같은 그런 착각에 빠져버릴 만큼 프린스의 진부한 자기복제가 이뤄지지 않았나하는 의심마져 드는 곡이다. 게다가 변조된 보컬 사운드는 “다스베이더가 읽어주는 성경”이라는 조롱까지 들어야했던 끔찍한 앨범 “The Rainbow Children"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물론 이것저것 다 제껴두고 리듬과 멜로디에 흥겹게 댄스를 즐길 수 있을 만큼은 되는 것같다. 암튼 모르지기 앨범은 첫 번째 곡에서 아주 콱! 땡겨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내 기준에선 자격미달이다. 괜히 선봉으로 나왔다가 나한테 욕먹는구나 -_-;;

하지만 바로 다음곡인 Lolita는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다. 어느새부턴가 프린스의 앨범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익살과 재치가 다시 살아난 곡이랄까.. 특히 2절에서 가사를 읊다가 갑자기 “어~오~”하며 절제하는 순간은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더러운 생각을 내뱉다가 순간 자기가 여호와증인 신도라는 걸 뒤늦게서야 깨닫고 자제하려는 듯이... 그리고 다음곡인 첫 번째로 싱글컷트되었던 Te Amo Corazon이 흘러나온다. 라틴의 냄새가 짙게 뭍어나오며 “프린스에게서 샤데이곡을 듣게된다”라는 평을 들었던 곡이지만 그닥 환영받을 만한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오히려 “이 앨범에서 제일 지루한 이 곡이 싱글커트되는 바람에 앨범홍보에 전혀 도움이 되질 못했다”라는 욕을 먹고있기까지 하니 나름대로 불쌍한 곡.. 그리고 바로 다음곡이 2번째로 싱글컷트되어 한창 싱글챠트 하위권(-_-)을 맨돌고 있는 Black Sweat다. 세간에선 80년대 프린스 Kiss풍의 곡이 다시 돌아왔다고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으나 이미 폐경기가 지나버려 건조해져버린 그의 파셀토 목소리에서 더 이상 “꿀물이 뚝뚝 떨어지는 섹시함과 관능미”가 없는 이상 이런 스타일의 곡이 다시 챠트에서 먹힐리는 만무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1번 트렉부터 4번트렉까지는 로리타를 제외하고는 잘 안듣게되는 부분이다. 어쩌다가 앨범초반을 뜨뜨미지근하게 만들어놓으셨는지.. 여기까지만 놓고보면 분명 낙제감인 앨범이겠으나..

5번트렉인 향과 촛불부터 본인의 마음에 쏙 드는 쫘르륵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일단 보코더를 사용한 것같은 효과를 내는 향과 촛불에서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시고, 바로 다음곡인 Love에서 일렉트로 훵크를 제대로 구현해주고 계시다. 하지만 한가지 재밌는 것이 Love에서 마이클잭슨의 냄새가 너무 진하게 베어나온다는 것이다.. 한번 따라불러보라.. 마이클잭슨스타일로.. 온갖 받침에 “시옷”을 집어넣어서 악센트를 넣고 추임새로 “쑈~모나!”를 외쳐보면 100% 딱 들어맞게 됨을 느낄수 있다.. 과거 라이벌이었던 마이클잭슨에 대한 확인사살이 아닐까 싶다. “이제 니 몫까지 내가 다 할게... 넌 이미 발기불능이니까~”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며 Satisfied가 흘러나온다. 혹자는 오티스레딩이 불렀을 법한 곡이라고 평하는 데 한마디로 Old Soul스탈이라는 말이겠지.. 사실 내가 이곡을 상당히 (가끔은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곡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는 전작인 Musicology에서의 On The Couch라는 곡과 너무나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미 골수 프린스 팬들로부터 On The Couch Pt.2라는 꼬리표가 붙어버렸다. 그런탓에 On The Couch와 연결시켜서 들어보면 묘한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본인은 2곡다 아주 좋아함..)

그 다음곡은 지미헨드릭스풍의 기타락 넘버, Fury... “여자가 화내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어”라는 가사와 함께 거칠게 몰아치는 기타 드라이브가 인상적인 곡으로 일찍이 SNL과 브릿어워드에서 라이브로 연주하여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곡이다. 하지만 거칠게 몰아치는 라이브와 달리 상당부분 절제되고 간결해진 스튜디오 버젼은 어찌보면 약간 김새는 버전처럼 느껴질수도 있다. 미스코리아급의 여자를 만났는데 어느날 화장지운 모습을 보니 “너 눈썹 어디갔니~”라는 허탈안 기분처럼 수많은 팬들이 스튜디오버전은 너무 싱겁다며 이래저래 투덜투덜~ 암튼 이 앨범에서 3번째로 싱글컷트될 예정이라고 하니 제일 이 곡은 챠트에서 좀 떠서 수그러들은 앨범판매고에 다시한번 불을 짚혀주길..

그리고 불타오르는 기타를 잠시 옆에두고 한켠에 있는 어쿠스틱을 집어들고는 나지막하게 읊어대는 The Word.. 처음 들었을때 가장 강렬한 인상을 풍겨줬던 곡으로 이 앨범에서 보컬레코딩하고 기타리프가 가장 맘에 드는 곡이다. 특히 노래 중간에 프린스 목소리가 좌우로 왔다갔다 스테레오 효과내줄때는 지대로 황홀함... 하지만 곡 후반부에선 다시 불타오르는 기타를 집어들고는 맘껏 솔로를 후갈겨 주신다.. 사실 이 앨범에서 이곡이 가장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고 느껴지는데 제목인 The Word가 아무래도 성경이거나 아님 성경안에 있는 글귀가 아닌가싶다.

그리고 Tamar와의 듀엣곡인 Beautiful, Loved & Blessed가 흘러나오고나면 The Dance라는 라틴색채 물씬 풍기는 섹시발라드 넘버가 나오는데 곡 중후반까지는 그저그렇다가 후반부에 터져나오는 프린스의 절규!! “It's Just Not Fair!!!”.. 비록 예전처럼 날카롭고 앙칼진 절규는 아니지만 몇날며칠을 울먹이다 억울함에 못이겨 스스로의 분에 못이겨 터져나오는 듯한, 매력적인 “괴성지름”이 아닐수 없다. 로리타의 “어~오!”와 함께 이 앨범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아닐수 없다. 하루에 3번씩 따라부를지어다.. “아아아앜!! 잇! 쳐스트!! 낫 빼어!!! 아아아아!!! 아앜!!!” 절대 저음불가.. 이소룡이 간다의 장동민 버전으로 하면 더욱 맛깔짐.. 그럼 하나님께서 당신의 목소리를 경청하시어 그대의 사랑을 공평하게 만들어주실지어니..

그리고 마지막 트렉으로 너무나도 “무난한” Get On the Boat가 흘러나온다. 메이시오파커를 끌어들이기 위한 작의적인 곡 구성이라는 의구심마져 들게하는 곡으로 분명히 프린스가 요 곡 만드는데 3분 이상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이 든다. 물론 메이시오파커의 섹소폰 연주는 언제나 그렇듯이 “최고”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곡은 구지 앨범에 넣지 않고 콘서트때 들려주지 않아도 되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암튼 앨범을 끝마무리짓는 곡으로 제 역확을 톡톡히 한다.. 요 노래가 나오면 시디를 꺼내버리곤 하니까 -_-;;

4. 전체적인 느낌...

이 앨범은 분명히 전작인 뮤직칼러지 보다 훌륭하다. 그 전작이 이보다 못한 수준으로도 각종 홍보에 힘입어 200만장의 앨범고를 돌파했으니 이 앨범은 그 보다 더한 앨범판매고를 올려야 할 듯싶다. 물론 이 앨범은 발매 첫주에 빌보드챠트 1위로 핫샷데뷔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바 있다. (만세!! 이게 얼마만의 1위야! 지대로 안습) 하지만 그 이후 집안에 얼마나 많은 꿀단지를 숨겨놨길래 밖에 안나오고 집에만 쳐박혀 있는 프린스의 의도가 궁금하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의 앨범홍보를 위해 공중파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현재 전미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American Idol"에서도 프린스에게 출연을 요청해왔지만 그는 단지 ”바쁘다“라는 핑계로 거절해버렸다. 그가 이 앨범 홍보에 더 이상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를 (가령 올해 여름으로 계획되어있는 전미투어)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루빨리 그 용태를 드러내시어 앨범판매고에 다시한번 불을 짚혀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5. 평점

별 5개 만점의 4개를 주고 싶다.. 이 앨범은 Purple Rain, Sign O' The Times, Dirty Mind와 같은 클래식 대열에 낄 앨범은 아니고, 이 앨범과 견줄수 있는 정말 비슷한 앨범이 하나 떠오르는데 9년전에 발매된 The Gold Experience가 바로 그것이다. 앨범 전체적인 완성도는 3121이 좀더 뛰어나지만 Gold에는 결정적인 싱글 넘버 (가령 Eye Hate U라던가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가 포진했었던데 반해 3121에는 챠트 상위권을 거머쥘만한 초대박싱글곡을 찾아볼수가 없다.. 프린스의 마지막 싱글챠트 힛트곡은 Eye Hate U이니까 거의 12년째 싱글챠트 힛트곡이 없는 상태다..

그가 더 이상 시대를 앞서나가는 음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가 음악적 공황기였던 8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말까지 팝씬에서 나홀로 분투하며 쉼없이 달려온 공로를 인정해주는 차원에서 더 이상 그에게서 그런 기대와 바램은 접는다. (한가지 불만인 것은 십수년째 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 음악을 하는 몇몇 노장 락밴드들은 이런 비난에서 자유로운 듯 하다. 그저그런 수준만 만들어도 그래미상까지 팍팍 안겨주는 데 비해  구지 프린스만 이런 욕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기대가 큰 때문일까.. 이거야 말로 정말 불공평하다!! 아아앜! 잇 쳐스트 낫 훼어!! 아아앜!!!) 하지만 적어도 그는 죽을때까지 “이 정도 수준”의 음악을 수백곡 더 “찍어낼” 수 있으니 그리고 적어도 라이브 무대에서 그의 기타와 피아노는 녹슬지 않았으니 그의 전설은 지속될 것이다..

May Prince Live Long!!! (기왕이면 나도 같이!!)

그리고 문득 그의 생일잔치에서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Stay Young Lik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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