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어제 우연히(-_-;;) 다운로드받게된 화씨9/11과 천년여우… 나의 관심은 당연히 화씨9/11이었고 누나까지 호들갑스럽게 불러 모아 영화를 틀었지만 영화시작 20분만에 누나는 잠의 세계로 졸도 -_-;;; 나 역시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영화를 꺼버린 후에.. 뭔가 억울한 마음에 천년여우라도 봐야지… 꿩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틀었건만.. 나의 기대와 예상을 훌쩍 넘어버린 이 만화영화 앞에 작은 감상문이라도 바치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겠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Film 2.0 출처)

절정의 순간 사라진 이후 아무도 소식을 알지 못했던 전설의 여배우 후지와라 치요코. 창립 70주년을 맞은 은영영화사는 그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다큐멘터리 감독 다치바나 겐야에게 제작을 맡긴다. 어린 시절부터 후지와라의 오랜 팬이었던 다치바나는 어렵게 그녀를 찾아내어 카메라 앞에 세운다. 오랫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에게도 입을 열지 않았던 다치바나가 오래 전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여는 열쇠’를 내놓자 후지와라는 비로소 입을 열기 시작한다. 소녀 시절부터 70세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 마음에 품었던 한 남자와 연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끝은 아니고-_-;; 진짜 줄거리는 요기서부터 시작이지롱.. ㅋㅋ>

수십개의 인생들의 굴레속에 비가역적이며, 역사적인 시간인 천년을 살아가야만 했던, 하지만 순수함을 간직하며 살고 싶었던 치요코.. 그렇기에 그녀의 연기는 모두 한사람을 향하고 있으며 모든 것이 동일 했다. 천년을 살았지만, 수십개의 인생을 살았지만 그 수만큼의 반복과 회귀의 과정속에서 그녀는 역사적인 시간을 극복하고 순수함을 간직하며 환타지 속에 그대로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역사의 야만성이 그녀의 첫사랑을 죽이고, 첫사랑의 얼굴마져 지워버렸을지라도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찾아나선다.. 그리고선 말한다. “나는 그를 찾아 떠나는 나를 사랑해,,” 그녀는 천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가기 위해 (물론 그녀가 진짜 천년을 살았다는건 아니다 -_-;; 무슨 구미호냐? 천년을 살게 -_-;;) 그 운명의 굴레를 굴려나가기 위해 사랑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네가 부러웠어, 너의 젊음이. 한 사람만 생각하는 넌 아름다웠어”

그녀와 함께 영화를 찍었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조연급으로 밀려나던 옛날 인기여배우 시마오 에이코 그녀는 질투에 눈이 멀어 치요코를 시기한다…그리고 백발머리 할머니 또한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래서 너무나 밉다고 그런 이유로 그녀를 저주한다. 평생 사랑을 이루지 못할 운명을 타고 났다는… 하지만 에이코는 그녀의 쌍둥이적(또는 라이벌적) 자아이며 백발머리할머니는 그녀의 미래적 자아였으니, 결국 그녀의 그런 사랑을 질투하고 시기한 것 역시 그녀 자신이었던 거다. 인생은 세속함과 성스러움의 두바퀴를 함께 굴리는 자전거와 같은 것이다.

이 영화는 구성 하나만으로도 예술이다.

하지만 자칫 다소 비약적이고 억지스러운 이야기 (첫사랑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여자, 좀 그렇잖아 -_-;;) 가 될수도 있었던 이 애니메이션은 감독의 환상적인 구성방식에 의해 용서를 받는다. 회상과 허상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초월하며 우리는 그녀의 삶이자 연기였던 천년의 세월속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녀와 함께 공감한다.. 차분히 마치 실제 여배우의 연기모음을 보는 듯한,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차분한 감정에서부터 그녀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 우리는 아주 넘실거리는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된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겠고나.. (나도 쬐금 >_< 울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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