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보통사람들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누추한 전자상가의 뒷골목…

나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결코 좋아한 적이 없었다. (사실 나는 그 어떤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게 맞다고 하겠지만…) 누추한 차림에 별볼 일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들의 표정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동화되어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착각? 아니, 사실은 내가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던게 착각이었겠지..)

나는 마치 세상과 동떨어져 살고 있듯이 행동하고 말하지만, 이 땅에 발붙이고 있는 한 그들이 던진 표에 내가 던진 1표를 섞어 같이 숨쉬고 같이 생활한다.

오늘은 아마도 그 동안 내가 애써 부정하려고 했던 "남들과 다르지 않은 보통사람"으로써의 정체성을 찬물로 샤워한 것과 같은 심정으로 느껴버린 날이다.


2. 여전히 수많은 박근혜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처지

하지만 내가 지금 그렇게 절망하지 않는 것은..

세월의 때와 함께 변해버린 탓도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수히 접하게 되는 수많은 이명박과 박근혜들 덕분일 것이다. 면역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내일 출근을 하면 직장에서 또 다른 박근혜를 마주해야 한다.

내가 머리를 조아리고 거짓웃음을 지어 섬겨야 하는 사람들은 내일도 어김없이 이미 수백번도 넘게 내게 말했던 똑같은 것을 가르치려 들 것이다. 그리고 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겠지.

그리고 언젠가 그 저항의 정도와 횟수가 줄어드는 순간 나 역시 또 다른 박근혜가 되어있을수도 있겠지…

그래도 오늘 하루만큼은 알수없는 기대감에 미소지으며 침대에 누울 수 있기를 바랬을 뿐인데,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내일을 맞이하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희봉

2012.12.20 01:51:23

사실 박근혜와 문재인 둘중 누가 되더라도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거라는 쿨한 멘트는 하지 못하겠다. 솔직히 말하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 정말 가시적으로 우리의 삶에 무언가를 해줄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노무현의 복수는 해줄 수 있었겠지...

희봉

2012.12.20 02:06:34

어제 큰맘먹고 구입한 전기장판을 오늘 배송받았는데 온도조절기와 플러그가 빠진 채로 배송이 왔다. 또 다른 멘붕...

희봉

2012.12.20 02:07:03

오늘 기타 치다가 1번 줄이 끊어져버렸어. 라디오헤드 노래 아르페지오밖에 안했는데.. 마지막 멘붕...

희봉

2012.12.20 02:08:16

필요한 순간에 점잖은 척 하다가 사후약방문식으로 반성하는것은 비겁자의 본성 아닌가...

희봉

2012.12.20 02:08:35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비겁자로써 커밍아웃하지 않도록 문재인이 이겼어야지....

박희봉

2012.12.20 02:21:39

박근혜 시대를 맞이하는 비겁자.. 딱이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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