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여기에서 유일한 즐거움은 '종이'와 '펜'이야. 이렇게 편지 쓰는 것이 제일 큰 즐거움이고, 그 다음 즐거움은 내 수첩에 무언가 쓰는거야. 생각하고, 글로 쓰고, 기억하려하고, 뭐 이런 사소한 것들이 엄청난 즐거움이라고. 내가 수첩에 무얼 적는지 모르겠지. 정말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야. 내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들을 나열하기도 하고, 내가 이제까지 밴드활동한 것의 역사를 정리하기도 하고, 수학 정석에 나오는 공식을 증명하기도 하고, 물리 공식을 적어두기도 해. 참 불쌍하지?

예전에 케빈 케이컨이 주연한 '일급살인'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10년 넘도록 독방에 갇혀 살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기 위해 구구단뿐만 아니라 11단, 12단, 13단까지 외워두고, 혼자 상상으로 야구까지 했던 것 - 바로 그런 심정이야.

'생각하고 싶은 욕구!'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자유의 개념이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
군대에서 지내다보면 바보가 된다는 말은 '배움'을 잊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잃어가는 거야. 이곳만 나간다면 절대 '생각'을 잃어버리지 않을거야.

희봉

2012.12.19 12:44:06

위 글은 내가 훈련병 시절에 누나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

희봉

2012.12.19 12:44:53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많은 생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희봉

2012.12.19 12:45:13

그러니까 사람은 평소에 독서를 좀 해야하는데;;;
List of Articles
공지 [기록] 인간 박희봉에 대한 짤막한 소개... [1] 희봉 2013-08-07 43936
공지 [목록] 갖고 싶은 것들 [20] 희봉 2015-06-26 36518
공지 [링크] 몇몇 장문의 일기 들.. 희봉 2014-01-28 28628
1018 회사에서 내 이미지가 도도하데;;; [1] 희봉 2013-01-19 1952
1017 내가 너무 억울해도 지금 두 눈을 감을 수가 없다.. 희봉 2013-01-08 1806
1016 희봉닷컴 뮤직어워드 2012 [3] 희봉 2012-12-30 2588
1015 대선 멘붕 일기... [6] 희봉 2012-12-20 2083
» 생각을 잃어버린다는 것... [3] 희봉 2012-12-19 1771
1013 8년만에 합주실엘 갔다. 희봉 2012-12-19 1927
1012 내가 만일 짝의 남자1호로 출연한다면 희봉 2012-12-14 2380
1011 맥스웰 첫 내한공연 후기... [4] 희봉 2012-12-11 2228
1010 나는 끝내 한편의 글도 쓰지 못할 것 같다. 희봉 2012-12-08 1575
1009 내가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 [3] 희봉 2012-12-03 1715
1008 과거에 대한 자가면역증세... [3] 희봉 2012-12-03 1622
1007 박근혜 1인 토론에 도전한다. [1] 희봉 2012-12-01 2146
1006 내가 신경쓰는 것 vs 신경쓰지 않는 것... [2] 희봉 2012-12-01 1696
1005 요령으로 버티면서 살아오다 [2] 희봉 2012-11-27 1675
1004 Happy pills - 노라존스 공연후기 희봉 2012-11-18 1908
1003 내... 내가 단벌신사라니... [1] 희봉 2012-11-11 1734
1002 아버지여, 내 이름을 바꿔주오... 희봉 2012-11-06 1892
1001 난 잘 안삐친다 [3] 희봉 2012-11-04 1755
1000 하루하루 "보통"사람으로 풍화된다. [2] 희봉 2012-11-04 1720
999 아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낀다(?) [4] 희봉 2012-10-25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