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my writing 게시판에 있는 내 인생에 대한 소개가 2007년 9월 기점으로 멈추어져 있고 지금은 2012년 이니까 거의 4년 넘게 업데이트를 안 한거로군. 나는 그렇게 "남들처럼" 평범한 회계사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 이후로 내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07년 9월 - 안진회계법인 입사, 무언가 내가 엄청 대단한 것을 이룩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더 이상의 자기계발이나 공부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이후 나는 공부라고는 손톱만큼도 하고 있지 않다. 토익시험 본지도 이제 5년가까이 되는 것 같네..)

이제까지 힘들게 공부하면서 살아왔던 내 인생은 이제부터 보상받을 일만 남아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내 친구가 "인생에 있어 행복의 총량은 불변하다. 단지 나이가 들수록 돈만 조금 더 늘어날 뿐"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이 무렵 난생 처음으로 패션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첫 된장질은 신입사원 북경연수때 면세점에서 페라가모 동물모양패턴의 실크 넥타이를 산 것과 여주 아울렛에 가서 a.testoni 블랙슈즈를 사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헐랭이 수트를 입었었던 것은 변함이 없었다.

2008년 - 1,2,3월의 토나오는 busy season을 보내고 (거의 주말도 없이 자정가까이 야근을 하는 강행군..) 나름 일잘하는 스탶으로 인정받았다. 평생을 1등으로 살아오다가 역시나 회사에서도 인정받는구나라는 생각에 내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다. 이 오만함이 그 이후 모든 탈선의 씨앗이 될 줄은..

이때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를 몇번 다녔었던 기억이 있다. 골목길에서 경찰에게 시민들이 폭력적으로 진압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친구를 버리고 "잽싸게" 도망친 쪽팔린 기억이 있다.

패션은 전년도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단지 몇개의 명품 넥타이와 테스토니 구두가 2어개쯤 더 생겼다는 것뿐..

2009년 - 내게 주어지던 일이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일이 없는 전문직은 날개잃은 새와도 같아서 나의 자존감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생을 깨져본적이 없는 나는 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전혀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심한다. 2009년 12월 삼일회계법인으로 이직…

there must be something in water they drink...

그해 여름 홍콩으로 3박4일 여행을 떠났다. 쥐꼬리만한 보너스를 보란듯이 판타스틱한 쇼핑 스킬로 만회하겠다는 꿈을 안고.. 결국 내가 사온 건 초라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나 먹지.. 그리고 남은 돈으로 엄마를 신세계 백화점으로 불러서 처음으로 명품가방을 사드렸다. 엄마는 돌아오는 택시안에서부터 아들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그해 가을은 야구의 시즌이었다. 내 어렷을적 야구선수라는 꿈을 심어주었던 기아 타이거즈가 10년만에 우승을 했던 그때 한국시리즈 7차전 잠실구장에 나는 있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그깟 공놀이.. 하지만 야구에는 인생이 담겨있다고 나는 아직도 믿는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명동의 한 수선집에서 내 옷을 수선하기 시작했다. 수선은 참 정직했다. 내가 아는 만큼밖에 예쁘게 나오지 않으니까. 절대로 수선사가 "알아서" 옷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내가 아는 만큼만 보이고, 보이는 만큼만 할 수 있다.

그 이후 거의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나는 싸구려 수트를 사가지고 수선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후 사람들이 내 수트에 대해서 물어봤을때 사실은 이것이 매우 저렴한 수트라는 것을 말하고 사람들을 놀리는 것을 즐겼다. 마치 내가 세상사람들은 모르는 비밀코드를 알고 있는 것 처럼..

비밀코드를 알고 있었으나, 정작 남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주식투자를 하지도 않으며, 재테크에도 어두웠다. 그런 것따위에 애써 태연한 척 했으나 신경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2009년의 마지막 날,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걸 뼈져리게 느끼며 반성하고 30대를 맞이했다.

2010년 -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Don't Play Me, I'm over 30.." 프린스의 노래 가사처럼.. 어디론가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무작정 뛰쳐나간 자에 대한 사회의 냉험한 심판이 내려졌고, 나는 더욱더 어디론가 도망갈 곳을 찾았으며 끝내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1,2,3월은 정말 내게 지옥과도 같았다. 그 어느 곳에도 내 몸과 마음을 기댈 곳이 없었다. 철저히 혼자라고 느꼈을 그 무렵, 그해 봄 개봉했던 영화 "A Single Man"에 무척이나 빠져들었다.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인양, 아침이면 울고싶은 마음을 달래며 내 자신을 치장했다.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곤경에 빠진 사람처럼 보이진 않는군, 썩 괜찮아…"

영화는 사람이 언제 행복을 느끼며 위안을 삼는가에 대한 영화였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하며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때의 그 안도감.. 누군가와 connected되어있다고 마음으로 느낄때의 그 행복감.. 나는 그런것을 당장 내 주위에서 없다고 판단하고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염병(지금 하고 있는 일을 때려치우고 싶어 미쳐버릴 것같아 몸과 마음이 아프게 되는 상태)이 최고조에 이를 무렵인 9월 초 퇴사, 10월 초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채.. 사실 뒤돌아보면 내가 뉴욕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콕 찝어 설명할 길은 없다. 그냥 그곳에 나는 있었다. 그냥 어디서도 눈에 띄지 않는 동양인 남자로써 말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나의 뉴욕체류 기간에 프린스가 전미투어를 시작했고 그 시작점은 공교롭게도 뉴욕이었으므로 나는 내 남은 전재산을 탈탈 털어 프린스 공연에 쏟아부었다.

뉴욕은 가을의 도시이고, 가을의 뉴욕은 포크음악의 도시이다. 그리고 그 주인은 밥딜런과 존레논이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발견한 아티스트는 전혀 예상외였다.

레너드코헨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수 있는 레너드코헨의 얼굴이 크게 박힌 문학 서적들… 언어의 장벽때문에 감히 집어볼 수 없었으나, 우연히 스타벅스에서 흘러나온 그의 음악에 한 순간에 사로잡혔다. 음악의 언어는 내게 제약이 없으니까..

dance me to the end of love...

곧바로 그의 전집을 다운로드 받아 mp3에 담아넣고 랜덤재생을 하던 중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명곡 famous blue raincoat에 빠져들었고 그 이후 레너드 코헨은 프린스 다음가는 내 인생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세상에, 포크가수가 내 favorite 순위를 차고 올라오다니..

2011년 - 다시 나는 모든 것을 초기화한 상태로, 안진회계법인으로 돌아오다. 내게 남은 것은 수선하여 꼭 맞는 싸구려 수트 몇벌, 구두 몇켤레, 그리고 작은 자취방 하나..

3개월간의 탈선 후에 나는 여전히, 내가 할 일은 회계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하기에는 너무나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냥 회계사로 죽을 때까지 살자. 이제껏 살아온게 너무나 아깝잖아.

그리고 나의 이러저러한 탈선이 용서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래도 남들이 무시하지 못할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맞지도 않은 명품 수트를 입고 있는 것 처럼..

차라리 싸구려 수트를 명품처럼 내 몸에 꼭 맞게 입어야지. 뭐가 잘못된 것일까?

사실 2009년 겨울 회사를 뛰쳐나간 이후로 나는 "적당한" 회계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잘못 수선된"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하게 들었다. 마치 팔을 제대로 들지도 못하는 꽉 죄는 자켓을 입고 있는 것처럼…

2011년은 그것을 깨닫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쓴소리를 했다. "너는 지금 절박함이 없는 것 같다" 맞는 말이었다.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모르는자가 뛰어갈수 없지 않은가. 나는 그냥 표류할 뿐이었다.

2012년 - 나는 내가 언제 행복한 사람이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행복추구권은 누구에게나 있는데 내가 추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공짜로 쥐어주지도 않을 것이기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알았어, 이제부터 달릴테니까.. (예쁘게)

love me, b4 u judge me…
i am extra lovable.. i know

추신. 갑자기 없던 절박함이 생긴 것인가? 아마도.. 나는 나와 내 주위를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주고싶다라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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