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어렸을 적 나는 친구가 없었던 까닭에 (아마 여기 희봉닷컴에서 이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테지! 바로 당신!), 여러가지 공상/망상들을 즐겨 하곤 했는데, 아마 제일 대표적인 것이 아마 "트루먼쇼"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외계인이 지구에 침략해서 지구인을 모두 죽인 다음에 나 혼자만 살려두고 관찰을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아빠/엄마도 외계인이 지구인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겠지..

그런 가정에서 중학교 시절 엄마한테

"당신 외계인이지? 다 알고 있으니 정체를 밝혀랏!"

라고 다그친적이 있는데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으나 정체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나는 진실을 알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쳐버렸다. 나는 이 세상이 외계인들이 만들어놓은 Fake임을 어떻게 하면 증명할 수 있을까 하고 여러가지 방법들을 고안해보긴 했는데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지구를 지켜라를 보고 물파스가 외계인을 처치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미 늦어버린 일이다)

한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이런 거였다. 만약 이 세상이 나를 속이기 위한 Fake라는 가정하에.. 내가 외계인이라면 도시 전체를 100% 진짜로 만들 필요가 없기에 내가 가지 않을 곳이라고 생각하는 건물은 아마 껍데기만 있을 거야.. 라고.. 가령 내가 XX아파트 108동에 산다고 가정해보면, 107동이나 106동은 절대로 들어갈리가 없단 말이지. 거기에 친구가 산다던지 하지 않는 이상에.. (그런데 난 친구가 없으니까..) 흠.. 암튼 갑자기 나의 평소 행동반경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곳으로 갑자기 들어가버리는 거야.. 그렇다면 그곳에서는 미쳐 준비하지 못한채 텅빈 공간이 펼쳐져 있는 거지..

이런 나의 상상은 영화 내가 중학교 시절 개봉했던 짐캐리 주연의 트루먼쇼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졌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이 영화가 필시 나를 기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므로 집어치우라는 뜻으로…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일 것이라는 나의 착각은 가끔 내가 실존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살짝" 철학적인 물음에까지 도달할때도 있었다. 그것은 매우 진짜 같은 꿈(주로 지구가 멸망하는 꿈을 자주 꾸었다)을 꾸고 난 후 더욱 그랬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이 어떤 초인 (나는 가끔 거인을 상상했지만)의 꿈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역시나 나중에 커서 장자가 나비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알고서 "내가 진짜로 실존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치광이 과학자의 연구실에 있는 양동이 속의 뇌"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영화 매트릭스는 매우 좋아했다.

어렸을적 나는 잠이 오지 않는 상태를 매우 즐기곤 했는데, 밤에 누워서 여러가지 공상/망상/상상을 하는 것이 썩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눈을 감으면 낮에 일어났던 온갖 복잡하고 지져분한 세상사에 나의 상상력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사라져 버린 것아서 조금 슬프다. 아니 일단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를 매우 스트레스 받아야 하는 직장인이 되어버린 까닭에..

최근에 SF영화로 만들면 괜찮을 것같은 소재를 하나 생각한 것이 있는데, 정말 오랫만에 내 머리속에서 숫자/세금/계산 이런것 말고 창의적인 것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에 매우 흡족했다. 물론, 내 주변의 사람들 중 두명에게 말해봤는데 두명 모두 썩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했으므로 정말 그런가보다. 그들이 나에게 거짓말할 사람들은 아니겠지..

이걸 시나리오로 써서 우리나라 영화감독한테 가져가야되는데.. 누가 미친 놈의 미친 아이디어를 거리낌없이 받아줄까.. (그래도 나 수트입고 갈건데!)

희봉

2012.02.21 14:19:14

혹시 내가 사람들과 잘 못어울리는 것이 내가 문제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외계인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창의적인 가설에 도달했다..

희봉

2012.02.21 14:19:27

Pathe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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