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내 나이가 서른을 조금 넘겼는데 희봉닷컴이 10주년을 맞이했으니 내 인생의 1/3, 어쩌면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의 절반 이상… 그리고 내 인생에서 지금 내가 기억하는 순간의 대부분을 내 홈페이지 희봉닷컴과 함께 했다.

그 운영 목적(아마도 다수는 프린스의 음악 전파라고 알고 있겠지만..)조차 불분명한데다가 규칙적이지 않은 업데이트, 정체를 알수 없는 사진들… 그리고 리플을 허용하지 않는 독단적이고 아집적인 글들… 줏대도 없고 기복이 심하며 횡설수설을 늘어놓는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이 난 아직도 신기하다. (예전에는 글도 간결하게 썼었던 것같은데 요즘엔 글을 하나 쓸라치면 한두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며 다 쓰고나면 쓸데없이 길기만 하다)

이곳은 내게 있어 애증의 대상과도 같아서, 어떤 때는 5분에 한번씩 들락거릴때도 있으나 어떤 때는 몇날며칠이고 거들떠보지 않을때도 있었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희봉닷컴의 운영자인 동시에 희봉닷컴의 가장 열렬하고 맹목적인 팬이었다.

이 홈페이지를 이끌어온 에너지는 바로 나르시즘이었다.

그리고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나는 그들 중 몇명을 사랑하고 미워했다. 누군가 이곳을 좋아해준다고 했을때 그것은 내게 있어서 최고의 칭찬이었다. 왜냐면 내 모든 것이 그대로 담겨있는 곳은 A4 용지 몇장이나 2~30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나 이력서가 아닌, 바로 여기 희봉닷컴이기 때문이었다. 어린왕자와 여우가 친해지기 위해 시간을 두고 가까워졌던 것처럼, 누군가 이 곳을 들여다봐주면 나는 그에게 쉽게 길들여졌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이곳 게시판 여기저기 흩어지고 의미없어진 글자 몇개로만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글, 새로운 리플로 인해 다시금 살아난다.

생각해보니, 이곳이 어떤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는 곳이었다면 사람들은 금새 질렸거나 거부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이 곳은 그냥 조용한 공터일 뿐이다. 딱 적당한 규모의 사람들만 북적이지 않게 다녀갈만한 그런 곳… 그랬던걸까?

그렇다면...

여기서 당신을 기다릴게요…




come real soon..

희봉

2012.07.10 01:55:33

미드나잇인파리를 보니까 주인공이 어니스트헤밍웨이에게 자기 소설을 한번 읽어달라고 하자 단번에 싫다고 한다. "나보다 못썼으면 글이 구리니까 싫고, 나보다 잘 썼으면 질투가 나서 더 싫을거야!" 바로 이 문장.. 희봉닷컴을 이끌어 가는 나의 심리상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희봉

2012.12.06 00:37:48

eye hate u
옳고 그른건 애초에 관계속에 존재하지않았다.
문제는 그 감정을 밑바닥까지 끌고가서 패대기를 쳐야만 겨우 끝을 볼 수 있을거라는거다

결국 인간은 추해져야지만 사랑을 얻을 수 있는것이다.

심장이라도 도려내 손에 쥐어야 만족할 수 있을것이다.

뜨거운 생혈이 젤리처럼 굳어가는 광경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띄우는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나는 지금,

눈이뒤집히고 내장이 뒤틀리고 뼈가 으스러지는듯한 질투와,

폐부까지 치미는 공허함에 분을 삭이지못하고있다.

..
당신의 심장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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