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오전부터 클라이언트 미팅을 하느라 세치혀를 놀리고 2시쯤 사무실에 들어와서 오늘 받은 숙제를 하느라 3~4시간을 정신없이 달리고 나니 오후 6시

모든 기력을 빨려버린 듯 지쳐버려서 도저히 더 이상 무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퇴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첫째.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
둘째. 6시쯤 나가면 러시아워에 꼼짝없이 갇힌다는 것 (비록 내 차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을 하면 전혀 피곤하지 않지만 말이다)
셋째. 개업을 하고나서 얻어진 막연한 불안감 (아마도 정시퇴근을 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뒤쳐진다는 느낌)

오늘은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컴퓨터를 사무실에 남겨두고 매콤한 냉면을 입안으로 꾸겨넣은 후 집에 도착했다.

2

11시 반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 프린스의 싱글 엘피들을 잔뜩 집어 다가 턴테이블 앞에 수북히 쌓아두고 한개씩 돌리고 있다. 스위스미스 한개를 마시면서…

커피테이블에 걸터 앉아 판이 돌아가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무념무상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아. 심지어 지금 돌고 있는 프린스 싱글들은 죄다 개망한 노래들이잖아?!

저렇게 구릴수가 없는 노래들을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는 내 꼬락서니란…

하지만 좋은 면만 좋아할 순 없잖아. 구린 모습까지 좋아할 수 있어야 진짜 좋아하는 거겠지

그래야 나 자신도 좋아할 수 있고… 이 어글리한 세상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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