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손가락을 베었다

사과를 자르다가 칼이 미끄려저 왼쪽 중지를 베고 말았다. 피가 철철 흐르는 걸 보니 뭔가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허망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도대체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싶어서

손가락이 아예 잘려 나갔으면 어떤 기분 이었을까? 아마 “차분히” 창문으로 몸을 던져 자살을 택하지 않았을까… 손가락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으니깐

병원엘 가서 마취주사를 맞고 꼬멘 다음에 붕대와 지지대로 감고 나니 내 왼손 중지는 사용 불가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났다. 너무 불편한 데다가 바빠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기타 마져 치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2. 사람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다.

양치를 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며 쩝쩝거리는 사람
비오는 날 장우산을 옆구리에 끼고 부주의하게 우산을 몸을 좌우로 휘젓는 사람
신발 벗는 식당으로 인도하는 사람
시키지도 않은 호의를 배풀려는 사람
무책임하고 무식한 사람
사람에 대한 연민이 없는 사람
안예쁜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
미적감각이 꽝이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글리한 걸 섞어놓는 사람
아무렇지 않은 사소한 얘기로 나의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
구린 음악을 듣는 사람
자신의 주장을 우기는 사람
손을 (수시로) 씻지 않는 사람
정리정돈을 (수시로) 하지 않는 사람

이것말고도 타인을 혐오하고 증오할 이유는 4563가지는 더 찾을 수 있지만 왼손 중지를 쓸수 없는 탓에 이만 줄인다.

내가 타인을 혐오하는 이유들은 곧 나를 구속하게 된다. 10년 아니 3년 후 쯤 내가 어떤 인간(괴물)이 되어있을지 벌써 부터 걱정.

아니, 사실은 기대가 된다.


3. 내 맘에 들고 싶다면

사라져 주세요

날 좀 가만히 놔두시오 (이거 좀머씨 대사 아닌가??)

혼자 멍청하시고, 혼자 어글리하시길…

나를 엮지마라


4. 요즘 나의 최대 관심 사항

- 아침에 헤어스타일링(정확히는 2:8 가르마)이 얼마나 잘 나오느냐 (흡사 제비뽑기 점과 비슷하다. 엄청 예쁘게 가르마가 나온 날은 아무 약속이 없다)

- 나의 통장 잔고 상황

- 어떻게 하면 책상과 서랍을 잘 정리할 수 있을지 수납방법론 연구

- 다음날 일찍 일어나기 위한 숙면 연구

- 점심과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고민 (요즘은 추워서 그냥 옆건물인 스타타워 지하로 직행)

- 나, 오로지 나

희봉

2015.12.06 23:57:34

사람은 왜 말을 할까?

누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걸까?
아니면 단순이 입술과 혀를 움직이기 위한 걸까?

왜 말을 하지? 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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