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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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30일 2장의 앨범을 발매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9월 7일 프린스가 스트리밍 서비스인 Tidal을 통해 Hit N Run Phase One이라는 앨범을 발매하였다. Phase One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Phase Two도 곧 나오는 건가? 알수 없다 프린스란 인간은 하도 변덕이 심해서 이 프로젝트도 곧 싫증나서 갈아타버릴 수도 있겠지

작년 발매한 두장의 앨범은 전혀 색깔이 다른 앨범이었고 특히 Art Official Age는 프린스가 최근에 발표한 앨범 중에서 가장 들을만한 구성이었다. 무엇보다 곡들이 너무나 훌륭했다...

3rd Eye Girl이라는 백업밴드를 데리고 다니면서 기존의 힛트곡들을 모두 하드락으로 바꿔 1000여명가량 되는 작은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말그대로 Hit & Run 공연을 하던 때여서 더더욱 신작 앨범에 대한 기대는 R&B가 아닌 하드락 잼의 형식인 Plectrum Electrum이었으나 미디어와 팬들의 호응은 R&B 스타일의 Art Official Age에 쏟아졌다. (AOA는 롤링스톤지 선정 2014년 최고의 R&B 앨범 순위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Art Official Age의 뚜껑을 열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을 끈 또 하나의 요소는 프린스와 함께 공동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린 약관 25살의 "죠슈아 웰턴"이었다. 어디서 무얼 했는지 당췌 알수 없는 빡빡머리의 이 남자는 프린스의 백업밴드 3rd Eye Girl에서 드럼을 담당하는 "한나 포드"의 남편인데 부인 뒷바라지를 위해 페이즐리 파크에 들어갔다가 어떤 과정을 통하여 프린스의 오른팔이 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프린스의 모든 음악은 알려지지 않은 무명 프로듀서인 죠슈아 웰턴의 손을 거쳐 생산되고 있다.

곡들을 살펴보자면

업템포 댄스넘버인 첫곡 Million $ Show는 보컬을 담당했던 "쥬디스 힐"의 앨범에 넣었더라면 더 어울릴만한 곡으로 신나긴 하지만 오프닝 트렉으로는 빈약해보인다. 그리고 이미 제작년 발표한 Fallinlove2night과 전작 AOA에 수록되었던 This Could Be Us의 리믹스 버전, 그리고 전작의 Clouds을 인수분해 재조립해서 만든 Mr.Nelson은 재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곡들이다.

이렇게만 보면 분명 구린 앨범이 될 운명이 분명하지만...

Shut This Down과 Ain't About to Stop은 아마도 이 앨범의 색채를 가장 강렬하게 표출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고 귀를 즐겁게 하는 곡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프린스 팬들에게는 가장 생경한 곡이다. 프린스가 랩을 하고 EDM을 쏘다니..

개인적으로 기계질이 가장 적고 멜로딕한 느낌의 1000 X's & O's를 가장 좋아한다. "우우후후우~"하는 추임새가 머리속에서 계속 되새김질되고 있다. 마성의 멜로디 같으니...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심심했던 마지막 트렉 June도 듣다보니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Killer 트렉을 꼽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음에도 앨범 전체적으로 딱히 Skip하지 않고 처음부터 쭈욱 듣는데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전반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아보인다. 대표적으로 Mr.Nelson이라는 곡은 앨범을 통채로 들을 때에는 마치 쉬어가는 트렉처럼 무난하게 흘려보낼 수 있다.

나는 앨범이 공개된 9월 7일에서 4일이 지난 오늘까지 다른 음악은 전혀 듣고있지 않고 계속 이 앨범을 반복 청취하고 있다.

내가 절대 프린스 빠돌이라서 빠심으로 계속 듣고 있는 것이 절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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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와 죠슈아웰턴의 공동작업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악기가 아닌 컴퓨터로 음악이 만들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비판하며 "Real Music by Real Musician"이라는 모토를 내걸며 Old School에 푹 빠져있던 프린스가 왜 갑자기 EDM을 적극 수용하기로 결심한 것일까?

힙합의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싸구려 랩퍼인 Tony M과 3류 프로듀서 Kirk J Johnson과 작업하면서 구림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90년대의 암흑기가 떠오르는 것이 지나치니 기우가 아니길 빈다.

아무튼 앨범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

사족. 기왕 콜라보를 할거면 좀 실력있는 애들이랑 했으면 한다. 앙드레3000, 디안젤로, 프랭크오션, 댐펑크 등등 프린스 추종자들이 언제든 말만 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데 왜 구지...

사족2. 현재 앨범은 Tidal.com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지만 14일부터 CD가 발매된다고 한다. 나는 일단 3장은 살거다. 청취용, 분실대비용, 분실대비용의 백업용...

사족3. 프로듀서인 죠슈아웰턴의 인터뷰에 따르면 Phase Two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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