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imes it rains, sometimes it snows...



Prince 
Sign O' the Times 
Paisley Park, 1987

평가 - 별 5개

 

  양재영 cocto@hotmail.com | contributor

 

장르 혼합과 사회적 관심을 개성적으로 녹여낸 1980년대 소울 마스터피스 

프린스는 여러 측면에서 1980년대의 가장 탁월한 뮤지션 중의 한 명이다. 좁게 보자면, 그는 루서 밴드로스(Luther Vandross)와 프레디 잭슨(Freddie Jackson) 류의 상업적 소울 음악의 시대에 오리지널 소울의 아우라에 근접한 유일한 R&B 뮤지션이었다. 더욱이 훵크에서부터 팝, 펑크, 포크까지 온갖 장르들을 자신만의 색깔 있는 소울 속에 자유롭게 녹여낼 수 있는 뮤지션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겠는가? 넓게 보자면, 그는 일군의 힙합 뮤지션들을 제외한다면, 레이건 시대의 절망적인 상황과 정신적 피폐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었던 유일한 흑인 뮤지션이었다. 물론 그 방식이 씁쓸한 러브 송이나 적나라한 섹스에 대한 얘기의 형태에 집중되면서 그의 음악이 가진 진정한 숨은 가치들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프린스는 1980년대의 가장 불운한 뮤지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이야 16곡의 트랙은 결코 과하다고 볼 수 없겠지만, [Sign O'the Times]가 발매될 당시엔 2장의 LP에 담긴 이들 트랙은 프린스의 지나친 과욕과 자아도취의 결과물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더욱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그룹 리볼루션(The Revolution)을 제외하고 혼자서 거의 앨범의 전곡을 만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1980년대 동안 내놓은 여러 장의 마스터피스 중에서도 [Sign O'the Times]는 [Dirty Mind](1980)와 함께 그의 색깔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양대 명반으로 꼽힌다. [Dirty Mind]가 하드 훵크, 달콤한 소울, 기타 팝의 양식과 섹스와 음악에 대한 얘기들을 자유롭게 매개하는 프린스식 음악의 틀을 최초로 제시한 음반이라면, [Sign O'The Times]는 여기에 사이키델릭 팝, 가스펠, 블루스, 포크, 하드록에 대한 그의 음악적 욕심과 보다 확장된 다양한 사회적 관심들을 보강하여 절정에 달한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앨범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1999](1983), [Purple Rain](1984), [Around World In A Day](1985), [Parade](1986)로 이어지는 일련의 수작들이 두 앨범 사이의 자연스러운 음악적 전이를 위한 가교의 역할을 했지만 말이다. 

앨범에서 시도된 다양한 장르적 접목의 실험 속에서도 전체적인 사운드의 바탕에는 전통적인 소울의 미덕에 대한 프린스의 애정이 녹아있다. 특히 셀프 타이틀 곡은 정치적 의식이 절정기에 달해있던 시절의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을 상기시키며, "U Got the Look"은 보다 백인 록에 가까운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류의 기타 리프를 강조한다. 또한 "It's Gonna Be a Beautiful Night"와 "Housequake"는 피-훵크(p-funk)의 냄새가 물씬한 트랙들이다. 한편으로, "If I Was Your Girlfriend"는 팔세토 보컬의 명인인 실베스터(Sylvester)에 대한 경배처럼 들리며, "The Cross"는 가스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가깝다. 물론 대부분의 트랙에 프린스만이 지닌 탁월한 팝적 감각이 녹아 있는데, 전작들에서 추구했던 사이키델릭-팝에 대한 애정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Sign O'the Times]에서 프린스는 직접적인 선동가, 혹은 정치가는 아니지만, 보다 자유롭게 미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자위행위와 근친상간에 대한 노골적 집착에서 벗어나, 이제 프린스는 AIDS, 마약, 폭탄, 공허한 섹스, 버려진 아기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적 무질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물론 그는 여기에 대해 비관만 하지는 않는다. 하느님, 즐거운 섹스 혹은 사랑에 대한 관심과 집착을 통해 이를 희망적으로 극복할 수 있기를 또한 원한다. 이쯤 되면 오래 전에 마빈 게이(Marvin Gaye)가 [What's Going On](1971)에서 그리고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이 [There's a Riot Goin' On](1971)에서 완성한 음악적 어법을, 이 앨범을 통해 프린스가 1980년대 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닌 듯 하다. 

[Sign O'the Times]는 분명 마빈 게이나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이 이루었던 혁명에 가장 근접한 음악적 성과임에 틀림없지만 안타깝게도 흑인 음악 씬에서 프린스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이후에 이에 견줄만한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다. 이 앨범 이후에도 프린스는 간헐적인 상업적 성공을 지속하고 음악적으로도 꾸준한 변신을 이뤄내며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Sign O'The Times]는 그의 경력의 정점이자 전환점이 된 것 같다. 더욱이 이후의 다양한 개인적 사건과 사고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창의적 음악작업에 장애물이 되면서 이제 프린스로부터 또 한번의 혁신적 사운드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싶다.  20010913 


댓글 '2'

Oscar

2011.09.30 19:03:32

정말.. 프린스는 그 천재성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거 같아요. 한국에선 말할 것도 없고;;

희봉

2011.10.06 22:42:22

근데 외국에선 잘 인정받는 편이에요.. 특히 유럽에선 진짜 환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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