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추억에서의 헤매임

-장석남


1
추억이 아픈 모양이다
손톱 속으로 환한 구름이 보이고
길모퉁이를 지키는 별이
낭하 긴 가슴을 눈여겨 쳐다본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눈발들에게 방을 내줄
커다란 나뭇잎
추억의 음악이 떨리는 모양이다
답십리 쪽에서 구겨진 도화지처럼 연기가 올라간다
황무지 다섯 평
나의 마음이
눈빛이 딱딱한 마른 물고기를 구워 소풍가고 싶어한다

2
옛집 집 앞 옥수수밭에 바람이 덮치나
가슴이 실타래처럼 얽힌다
얽힌 실타래 속 물고기 한 마리
입 속에 환한 불이 켜져 있다

어머니는 해마다 밭둑에 옥수수를 심어
우리집 울음을 대신 울게 했지 아침이면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옥수숫대가 있었어

3
새벽에 가을 나무를 보면
애정이 꽃피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이 다 바람 불어간 후
근심의 밑바닥을 바라보면
비로소 애정을 꽃피는,
가지들이 너무 무거웠으므로 나는 너그럽지 못했다

나는 오늘밤 마른 물고기를 타고
진흙별에까지 가야 한다
그곳에 두 눈 친친 동여맨 나의 사랑이 있으므로
List of Articles
공지 2003년 2월 - 보그걸에 소개된 희봉닷컴 [11] 희봉 2014-10-29 40346
공지 2014년 5월 - W 매거진에 나온 박희봉 인터뷰 ... [2] 희봉 2014-11-01 27723
23 박상천 - 그리움 희봉 2002-08-19 2653
22 황인숙 - 나, 지금 희봉 2002-08-17 2688
21 정현종 -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인생 희봉 2002-08-17 3154
» 장석남 - 추억에서의 헤매임 희봉 2002-08-16 3212
19 구광본 - 서른해 [1] 희봉 2002-08-16 3291
18 恨(한) -천경자- [2] 이현주 2002-08-16 2931
17 夢(꿈) -천경자- 이현주 2002-08-16 3090
16 魂(혼) -천경자- [3] 이현주 2002-08-15 3560
15 나희덕 -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희봉 2002-08-15 3037
14 장석남 -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 누나 2002-08-14 3070
13 기형도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3] 누나 2002-08-14 13856
12 나희덕 - 서시 희봉 2002-08-13 2936
11 나희덕 -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가다 희봉 2002-08-13 2994
10 김용택 - 미처 하지 못한 말 희봉 2002-08-08 2642
9 안도현 - 냉이꽃 희봉 2002-08-08 2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