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그런 저녁이 있다.











저물 무렵



무심히 어른거리는 개천의 물무늬며



하늘 한구석 뒤엉킨



하루살이떼의 마지막 혼돈이며



언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바라보려 한다.









뜨거웠던 대지가 몸을 식히는 소리며



바람이 푸른 빛으로 지나가는 소리며



둑방의 꽃들이



차마 입을 다무는 소리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들으려 한다.







어둠이 빛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나무의 나이테를



내 속에도 둥글게 새겨넣으며



가만 가만히 거기 서 있으려 한다



내 몸을 빠져나지 못한 어둠 하나



옹이로 박힐 때까지









예전의 그 길, 이제는 끊어져



무성해진 수풀더미 앞에 하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과제전에 문학을 하는 선배가 시집을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나희덕님의 시집이었습니다.

이 시를 읽다가 제 작품 레테의 강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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