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물 손톱
-최영호
첫눈이 오실 때까지 지워지지 않기를,
봉선화 꽃잎 짓찧어
붉은 빛 염원으로 물을 들였네
손가락마다 불 켜 달고 다시 피어난 꽃
때로는 이겨진 아픔도 희망이었네
있는 듯 없는 듯,
한 몸이면서도 하나인지 모르다가
스스로 자를 수밖에 없는 가위질 앞에서야
비로소 문득 깨닫게 되는 것
저절로 자라는 손톱이 내 마음을 닮았네
뭉클 피어오르는 그리움을 닮았네
꽃 물 든 손톱마다 눈물처럼 엉긴 꿈
첫눈이 오실 때까지 지워지지 않기를,
그래야만 이루어질 사랑이라고
설레는 계절의 머리맡에서
나는 또, 서성거리며 조바심 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