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연애편지
               -안도현

스무살 안팎에는 누구나 한번쯤
연애편지를 썼었지...

말로는 다 표현못할 그리움이며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이 있던 시절 말이야...

틀린 글자가 있나 없나 수없이 되읽어 보면서
펜을 꾹꾹 눌러 백지 위에 썼었지.....

끝도 없는 열망을 지우고 하다 보면
어느날은 새벽녘이 이마를 밝히고
그때까지 사랑의 감동으로 출렁이던 몸과 마음은
종이 구겨지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곤 했었지...

그러나 꿈속에서도 꿨었지...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것을 잃어도 괜찮다고,

그런데 친구 생각해 보세..
그 연애편지를 쓰던 밤을 잃어 버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타협을 배우고
결혼을 하면서 안락을
승진을 위해서 굴종을 익히면서
삶을 진정 사랑한다고 말하겠는가..

민중이며 정치며 통일은 지겨워
증권과 부동산과 승용차 이야기가 좋고
나 하나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이야 썩어도 좋다고 생각 하면서
친구..누구보다 깨끗하게 살았노라고
말하겠는가...

스무살 안팎에 쓰던 연애편지는
그렇지 않았다네.....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아는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집안에 도둑이 들면 물리쳐 싸우는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가진 것 없어도 더러운 밥은 먹지 않는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사랑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 발자국씩 찾으러 떠나는 거라고
그 뜨거운 연애편지에는 쓰여있다네....

댓글 '2'

겨울나그네

2003.03.29 11:46:59

제가 좋아하는 시가 올라와 있으니깐 기분이 좋네요..^^
순수한 마음들이 왜 자꾸 세월이 가면 퇴색되는지 서글프기만 하군요..

코스믹걸

2003.03.29 20:03:12

나 자신이 뭘 잃어버렸는지도 모른채 상실감만 깊어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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