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엄마걱정

기 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좋은 시가 참 많네요..기형도 시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시를 적어 봅니다..함께 감상했으면 좋겠어요..특히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라는 구절이 저는 맘에 들어요..

댓글 '3'

희봉

2003.03.14 20:51:44

그렇네요..정말로.. 전 어렸을적에.. 성남에 살았었는데.. 성호시장이란 곳에 엄마랑 자주 다녔답니다. 장을 보실때 저를 데리고 다니면 귀찮으니까, 저를 분식집에 놔두고 장을 봐오시곤 했는데, 행여 엄마가 날 버리고 집에 갔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곤 했답니다..

만리장셩

2003.03.16 22:24:06

고3때 EBS에서 이 시보던거 기억납니다
배우면서 가슴에 와닿던 몇안되는시.. ㅡㅜ

겨울나그네

2003.03.18 11:46:01

우와..요즘은 기형도시도 배우나 보죠? 세상 많이 좋아졌네요..^^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네요..쥔장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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