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햇빛이 말을 걸다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권대웅



댓글 '3'

송보람

2003.04.28 00:35:26

어느 게시판에서 가져왔어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개츠비

2003.04.28 12:35:40

오~ 귀여운 시네요.(귀엽?=_=) 푸하핫(ºㅁº)//

겨울나그네

2003.04.28 14:05:22

한편의 아름다운 동시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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