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요 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거두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푸는 것이다
어제는 건너 마을 양계장에서 계분(鷄糞)을 사다가 우리 다래헌(茶來軒) 둘레의 화목(花木)에 묻어주었다. 역겨운 거름 냄새가 뿌리를 거쳐 줄기와 가지와 꽃망울에 이르면 달디단 5월의 향기로 변할 것이다. 대지의 조화(造化)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봄의 흙냄새를 맡으면 생명의 환희 같은 것이 가슴 가득 부풀어오른다. 맨발로 밟는 밭흙의 촉감, 그것은 영원한 모성(母性)이다.


댓글 '2'

겨울나그네

2003.04.19 12:15:39

이 봄과 잘 어울리는 글인것 같아요.. 곧 계절의 여왕 5월도 올 것이고..^^ 이 봄을 다들 즐기세요..즐봄!!!

2003.04.19 23:35:14

법정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글이네요.
봄볕같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군요
List of Articles
공지 2003년 2월 - 보그걸에 소개된 희봉닷컴 [11] 희봉 2014-10-29 40384
공지 2014년 5월 - W 매거진에 나온 박희봉 인터뷰 ... [2] 희봉 2014-11-01 27763
127 이 성 복 - 느낌 - [1] 겨울나그네 2003-05-07 1688
126 안 도 현 -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겨울나그네 2003-05-03 1729
125 안 도 현 - 봄 - [1] 겨울나그네 2003-04-28 1740
124 이용악 - 꽃가루 속에 [1] 희봉 2003-04-28 2144
123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3] 송보람 2003-04-28 1700
122 천상병 - 비 오는 날 [4] 송보람` 2003-04-25 2498
121 안 도 현 - 사 랑 - [1] 겨울나그네 2003-04-24 1535
120 법정 스님 「무소유」 의 "오해" 중에서 [4] 겨울나그네 2003-04-23 2552
119 법정 스님 「무소유」 의 "아름다움 -낯모르는... 겨울나그네 2003-04-22 1796
» 법정 스님 -「무소유」 의 "살아 남은 자"중... [2] 겨울나그네 2003-04-19 1567
117 이 성 복 - 슬픔 - [4] 겨울나그네 2003-04-17 1618
116 이 성 복 - 거리 - [1] 겨울나그네 2003-04-16 1603
115 이 성 복 - 산길 2 - [2] 겨울나그네 2003-04-15 1543
114 안 도 현 - 저물 무렵 - [1] 겨울나그네 2003-04-14 1521
113 안 도 현 - 그립다는 것 - [1] 겨울나그네 2003-04-14 1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