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혀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댓글 '9'

채니

2003.06.04 10:49:04

날씨 화창하네요^^ 모래바람 좀 안 불었으면...

바로그

2003.06.04 13:32:19

스스로에 대해 자신 없는 사랑은 허물어지기 쉽다고 한다
사랑 안에 너만 있고 내가 없는 경우지...(참고: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 오텔로)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자아가 너무 강한 경우
틈이 없어 보이잖아
이상 자칭 이론박사 강의

사악이

2003.06.04 16:37:17

아무래도 중복같은 기분이...-_-;;;

희봉

2003.06.04 17:17:18

오~ 사악님..이게 중복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검색해보니까 예전에 제 작은누님께서 올리셨더군요.. @_@;;

꼬르륵

2003.06.05 00:57:55

황지우씨가 내 머릿속에서 훔쳐갔군요. 소송준비를 해야겠습니다.

희봉

2003.06.05 08:59:02

꼬르륵/ 제가 유능한 변호사 한명 소개시켜드릴까요? -,-
겨울나그네/ 괜찮습니다.. 으허허..

겨울나그네

2003.06.05 08:59:30

오,,이론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서 지송 ㅠ.ㅠ 제 기분에 맞춰서 시를 올리다 보니 검색을 그만 안하구 올렸군여..쥔장 어른을 비롯하여 희봉닷컴 식구들께 sorry..좋은 시니깐 한번 더 감상하시길..^^
요즘 제 마음을 너무나 잘 대변한 시인지라.. ^^;;

채니

2003.06.05 15:47:05

나그네님 지금 여름이라 그런가봐요:)
겨울까지 좀만 참아주세요-

겨울나그네

2003.06.05 15:52:20

아,, 글쿤요..정답이네~~!! 채니님 똑똑하셔..^^ 근데 아직 겨울 올라믄 넘 멀었당..쩝..ㅠ.ㅠ 아뒤를 함 바꿔볼까? 여름나그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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