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고 나이가 위인 한 친구를 찾아간다. 아니, 적어도 가슴속에 꽉 막혀 있는 그 무엇을 털어놓겠다고. 그런데 그는 바쁘다. 하나마나한 소리만 주고받는다. 시간이 지나간다. 그리하여 나는 혼자가 되고 전보다 더 텅 빈 마음이다. 나를 건성으로 대하는 친구의 그 어떤 무심한 한마디 말이 내가 구축해보려고 애쓰는 이 시원찮은 지혜를 망가뜨려놓을 것인가!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Non ridere, non lugere.' ......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타인들에 대한 의혹들.

사람이(내가) 자신의 허영에 양보할 때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생각하고 살게 될 때마다, 그것은 배반이 된다. 그때마다 남의 눈을 의식하여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불행이며, 그로 인하여 나의 존재는 진실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것이었다. 남들에게 자신을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그러면 되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자신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주기 위하여 그러는 것이니까. 한 인간에게는 훨씬 더 큰 힘이 내재해 있다. 그 힘은 꼭 필요할 때만 나타난다. 궁극에까지 간다는 것은 자신의 비밀을 간직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나는 고독함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비밀을 간직했기 때문에 고독함의 괴로움을 극복했다.


-알베르 카뮈 <작가수첩1> 중에서

댓글 '3'

희봉

2003.12.13 10:33:24

둥~둥~둥... (뒷북이오,,, 누나라도 열외없음!!)

미선

2003.12.13 12:35:24

뭔소리야? @.@;

2003.12.15 04:12:36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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