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From [길안에서의 택시잡기](1988)

댓글 '1'

희봉

2006.12.22 01:36:50

now i am off.....
List of Articles
공지 2003년 2월 - 보그걸에 소개된 희봉닷컴 [11] 희봉 2014-10-29 40422
공지 2014년 5월 - W 매거진에 나온 박희봉 인터뷰 ... [2] 희봉 2014-11-01 27803
202 기형도 - 대학 시절 j-kwon 2007-02-14 2760
201 장정일 - 지하 인간 j-kwon 2007-02-14 3093
» 장정일 -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1] j-kwon 2006-12-21 2525
199 나의폐허에오신걸환영합니다 [3] 섹시신데렐라 2006-11-20 2562
198 김지하 - 삶 - [4] 겨울나그네 2005-02-16 2460
197 쉰한편의 비가 - 김춘수 시집 [1] 희봉 2004-08-23 2824
196 최영미 - 선운사에서 - [2] 겨울나그네 2004-07-28 2425
195 이산하 - 사랑 희봉 2004-07-07 2599
194 고정희 - 그대생각 [4] 희봉 2004-06-30 2276
193 황인숙 - 비 [2] 희봉 2004-06-30 2583
192 이원규 -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희봉 2004-06-30 2319
191 무릎 - 정호승 - [5] 겨울나그네 2004-06-29 1950
190 그리움 [1] 희진 2004-06-19 1946
189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3] 희봉 2004-06-15 2170
188 기억하니? 흐흐 [1] 미선 2004-05-11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