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바람

-장석주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몇 개의 길들이 내 앞에 있었지만
까닭없이 난 몹시 외로웠네

거리엔 영원불멸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달리고
하늘엔 한 해의 마른풀들이 떠가네
열매를 상하게 하던 벌레들은 땅 밑으로 잠들고
먼 길 떠날 채비하는 제비들은 시끄러웠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의 바쁜 발길과 웃음 소리
뜻없는 거리로부터 돌아와 난 마른꽃같이 잠드네
밤엔 꿈 없는 잠에서 깨어나
오랜 달빛 흩어진 흰 뜰을 그림자 밟고 서성이네

여름의 키 작은 채송화는 어느덧 시들고
난 부칠 곳 없는 편지만 자꾸 쓰네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List of Articles
공지 2003년 2월 - 보그걸에 소개된 희봉닷컴 [11] 희봉 2014-10-29 40759
공지 2014년 5월 - W 매거진에 나온 박희봉 인터뷰 ... [2] 희봉 2014-11-01 28128
52 황지우 - 뼈 아픈 후회 미선 2002-10-17 1993
51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미선 2002-10-17 1754
50 황지우 - 몹쓸 동경 미선 2002-10-17 2082
49 장석주 - 여행길 미선 2002-10-17 1612
48 장석주 -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미선 2002-10-17 1632
47 정채봉 - 내 안의 너 희봉 2002-10-17 1778
46 정채봉 - 수건 희봉 2002-10-17 1747
45 장석주 - 악몽 희봉 2002-10-12 1741
44 장석주 - 35세의 얼굴에 새겨지는 슬픔에 관하여 희봉 2002-10-12 1758
» 장석주 - 바람 희봉 2002-10-12 1865
42 기형도 - 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 [4] 희봉 2002-10-10 1697
41 장석주 - 희망 희봉 2002-10-07 2248
40 이승훈 - 너를 만나면 희봉 2002-10-07 2194
39 김용택 - 흐린 날 희봉 2002-10-01 2312
38 김용택 - 슬픔 희봉 2002-10-01 2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