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

-기형도

그것은 어느 늦은 겨울날 저녁
조그만 카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누구를 기다리기로 작정한 것도 아니었다
부르기 싫은 노래를 억지로 부르듯
黑人 가수의 노래가 천천히
탁자에는 시든 꽃 푸른 꽃 위에는 램프
어두웠다 벽면에 긴 팽이모자를 쓴
붉고 푸른 가면들이 춤추며
액자 때문은 아니었다
예감이라도 했던들 누군가
나를 귀찮게 했던들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나는 大學生이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래서 더욱 무서웠다
가끔씩 어떤 홀연한 계기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全靑春이
한꺼번에 허물어져버린 것 같은
슬픔을 맛볼 때가 있듯이
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
그것은 어느 늦은 겨울날 저녁
조그만 카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천천히 탁자 아래로 쓰러졌다


댓글 '4'

2002.10.11 22:10:32

기형도가 괴짜 작가라고 하던데...

희봉

2002.10.12 00:12:45

그래? -_-;; 금시초문인데?? 어떤 면에서 -_- 괴짠데??

2002.10.14 23:19:38

동성연애자던가?

구라모토

2003.12.08 12:12:00

유력하면 진실이 되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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