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遺書 .1

-박상천

어젯밤엔 유서처럼
흰눈이 날렸다.
아스팔트 위에도
사람들 머리 위에도
하얀 유서가 덮혀
깨끗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주어진 날들이 이제
며칠 되지 않음을 깨달은 날이면
봄날의 햇살은 얼마나  즐겁고
겨울의 추위까지도 얼마나 정겨울까?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사랑을 하고
아,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날들.

유서처럼 깨끗하게,
어젯밤엔 눈이 내렸다.
몇마디 말조차도 부질없는 짓이었다.
List of Articles
공지 2003년 2월 - 보그걸에 소개된 희봉닷컴 [11] 희봉 2014-10-29 40750
공지 2014년 5월 - W 매거진에 나온 박희봉 인터뷰 ... [2] 희봉 2014-11-01 28120
67 정끝별 - 오래된 장마 희봉 2002-12-10 1755
66 권경인 - 쓸쓸한 잔치 희봉 2002-12-10 1777
65 최영호 - 꽃물 손톱 희봉 2002-11-22 1872
64 황인숙 - 응시 희봉 2002-11-22 2166
63 황인숙 - 잠자는 숲 희봉 2002-11-22 1967
62 이택광 - 나의 연가 [1] 희봉 2002-11-13 1602
61 이상국 - 국수가 먹고 싶다 [1] 희봉 2002-11-13 1669
60 김정환 - 동면 희봉 2002-11-13 1603
59 원재훈 -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희봉 2002-11-13 1477
58 최문자 - 끝을 더듬다 희봉 2002-11-13 1498
» 박상천 - 유서 1 희봉 2002-11-13 1567
56 강윤후 - 겨울 나무 희봉 2002-11-08 1482
55 류시화 -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희봉 2002-10-29 1644
54 장석주 - 이 도시 경계 밖에 감옥이 있다 2 희봉 2002-10-27 2230
53 장석주 - 서랍들 희봉 2002-10-27 1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