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우물

-강연호

너는 내 시를 읽지 않고 잠들었어
나는 잠든 네 얼굴을 우물처럼 들여다보지
우물, 하늘로 향한 통로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내려다보지만
실은 올려다보고 있는 거지
내려가면 거기가 바로 하늘일까
우물답게 골똘한 생각으로 나는 가라앉았지
너는 내 시를 읽지 않고 잠들었어
네가 늘 말하듯 세상에는 과연
배추흰나비 때문에 농약을 고르는 사람도 있고
배추흰나비 때문에 시를 쓰는 사람도 있지
달은 가자 하고 구름은 머물자 해서
난감한 표정의 하늘이 머뭇거리는 우물 속
나는 비명도 없이 허우적거리는데
퐁당퐁당 돌이나 던지겠다는 듯
너는 내 시를 읽지 않고 잠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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