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잭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From [입 속의 검은 잎](1989, 문학과지성사)
List of Articles
공지 2003년 2월 - 보그걸에 소개된 희봉닷컴 [11] 희봉 2014-10-29 40383
공지 2014년 5월 - W 매거진에 나온 박희봉 인터뷰 ... [2] 희봉 2014-11-01 27761
7 김용택 - 미처 하지 못한 말 희봉 2002-08-08 2643
6 안도현 - 냉이꽃 희봉 2002-08-08 2839
5 브레히트 - 살아남은 자의 슬픔 희봉 2002-08-05 3069
4 사랑에 관한 시 두편... [1] 빡미 2002-08-04 3620
3 함민복 - 선천성 그리움 [1] 희봉 2002-08-03 3095
2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1] 희봉 2002-08-02 4019
1 장석남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희봉 2002-08-02 3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