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 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 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 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가져갈 때도 있다 한잔 먹다가
꺼내서 낭독한다 그리운 당신…… 빌어먹을,
오늘 나는 결정적으로 편지를 쓴다



안녕
오늘 안으로 나는 기억을 버릴 거요
오늘 안으오 당신을 만나야 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요
나는 선생이 될 거요 될 거라고 믿어요 사실, 나는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소 내가 가르치면 세상이
속아요 창피하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오 결혼할 수 없소
결혼할 거라고 믿어요



안녕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편지 전해 줄 방법이 없소


잘 있지 말아요
그리운……

댓글 '1'

겨울나그네

2004.03.17 14:12:19

전에 Json님이 말하신 것이 이 시인것 같군요..제가 전에 올렸던 시는 최근의 편지라는 시이고 지금 이 시는 오래전에 발표된 시입니다..^^ 아마도 이 시를 두고 전에 말씀하신 듯해요..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기분 좋은 오후네요..
List of Articles
공지 2003년 2월 - 보그걸에 소개된 희봉닷컴 [11] 희봉 2014-10-29 40296
공지 2014년 5월 - W 매거진에 나온 박희봉 인터뷰 ... [2] 희봉 2014-11-01 27671
7 김용택 - 미처 하지 못한 말 희봉 2002-08-08 2642
6 안도현 - 냉이꽃 희봉 2002-08-08 2838
5 브레히트 - 살아남은 자의 슬픔 희봉 2002-08-05 3065
4 사랑에 관한 시 두편... [1] 빡미 2002-08-04 3616
3 함민복 - 선천성 그리움 [1] 희봉 2002-08-03 3091
2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1] 희봉 2002-08-02 4015
1 장석남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희봉 2002-08-02 3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