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말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말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
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때 쓰러질 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 속을 흩날리며
서로서로 어깨 끼고 내려오는
저 수많은 눈발 중의 하나인 것을
생각하자
부끄러운 것은 가려주고
더러운 것은 덮어주며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찬란한 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가난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듯한 두 사람이 되자
괴로움으로 하여 울지 않는
사랑이 되자

댓글 '2'

겨울나그네

2003.04.09 14:29:44

"괴로움으로 하여 울지 않는 사랑이 되자"..
이 시를 친구에게 바칩니다..

바로그

2003.04.09 15:29:25

"마음이 따뜻한 두 사람이 되자"
가난하든 넉넉하든 언제나 그런 사람이 되자
--- 소중한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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