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 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댓글 '7'

겨울나그네

2003.03.31 14:03:31

"사랑, 해 보셨습니까?" ... 영화 오아시스의 광고 문구가 생각나는군여.. 사랑이 무엇인지 이 나이가 먹도록 아직도 잘 모른건 왜 일까요? 아직 연륜이 부족해서인가? 아님, 평생을 두고도 해답이 없는...

코스믹걸

2003.04.01 01:20:19

사랑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

액션지져스

2003.04.01 14:32:29

착한 사람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송보람

2003.04.01 18:27:49

영화 미술관옆 동물원에서 춘희가 읽어줘서 알게된 시였는데... 오랜만에 읽게 되는 군요.

2003.04.02 00:22:43

사랑하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을 테지요
사랑하고 픕니다. 까람바

hikidiki

2003.04.02 05:59:27

너무 멋지네요. one love

겨울나그네

2003.04.02 10:35:06

아,, 미술관옆 동물원에 나왔었군여..다시 한번 봐야겠네여..그 영화 좋았었는데..^^ 사랑에 관한 화두는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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