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수연이가 게시판에 남기고 간 시 한편~ 걍 좋아서 올린다..

댓글 '1'

희봉

2002.08.02 01:43:12

이제보니 울 누나 홈피에도 이 시가 있구나..
List of Articles
공지 2003년 2월 - 보그걸에 소개된 희봉닷컴 [11] 희봉 2014-10-29 40082
공지 2014년 5월 - W 매거진에 나온 박희봉 인터뷰 ... [2] 희봉 2014-11-01 27456
8 브레히트 - 살아남은 자의 슬픔 희봉 2002-08-05 3052
7 사랑에 관한 시 두편... [1] 빡미 2002-08-04 3606
6 함민복 - 선천성 그리움 [1] 희봉 2002-08-03 3076
»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1] 희봉 2002-08-02 4003
4 장석남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희봉 2002-08-02 3202
3 Gustav Klimt - Kiss [5] 희봉 2002-07-31 3314
2 [re] Gustav Klimt - Kiss [1] 늘보 2002-08-12 5242
1 George Tooker 의 그림들... [4] embrace 2002-08-13 2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