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遺書 .1

-박상천

어젯밤엔 유서처럼
흰눈이 날렸다.
아스팔트 위에도
사람들 머리 위에도
하얀 유서가 덮혀
깨끗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주어진 날들이 이제
며칠 되지 않음을 깨달은 날이면
봄날의 햇살은 얼마나  즐겁고
겨울의 추위까지도 얼마나 정겨울까?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사랑을 하고
아,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날들.

유서처럼 깨끗하게,
어젯밤엔 눈이 내렸다.
몇마디 말조차도 부질없는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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