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버릇

-강연호

치솔질을 하다 말고
가끔 밑도끝도없이 중얼거린다
ㅡ아냐, 나도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그 소리에 퍼뜩 놀라 거울을 바라본다
입가에 치약을 묻힌 사내가 내게 묻는다
ㅡ뭐가 아냐? 무슨 생각?
얼굴이 붉어진다 부리나케 대꾸할 말을
궁리해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거울 속의 사내는 연신 대답을 재촉한다
무심코 중얼거리는 버릇
중얼거리고 나서야 중얼거림의 의미를 생각하는 버릇
그게 무슨 일이었는지 떠오르지는 않지만
하여튼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했다는 것
그리 알고 용서해달라는 것
내 표정은 거의 울상이다
ㅡ너 아직도 여전히 구걸하며 사니?
사내의 입꼬리가 묘하게 비틀린다
거울 속의 치약 거품 같은 웃음이 퍼진다
황급히 외면하지만 끌끌 혀 차는 소리가
이미 붉어진 귓바퀴를 더욱 잔인하게 후벼판다
이를 닦다보면
저질러버린 삶의 모든 후회가 울컥 솟구친다

댓글 '2'

송보람

2003.02.07 15:35:41

저도 혼자말로 중얼거릴때가 많아요. 간혹 머리를 흔들다가도 혼자 무안해지기도 하고....'바보같아'라고 무심결에 내뱉기도 하고.....암트 이 시의 주인공이 저랑 많이 닮았네요

이마반

2003.02.14 21:53:59

국어학강의를 들은 이후로 시를 형식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생겼는데요..이 시를 읽을 때만은 예외였답니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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