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복습

                                             천양희


예습도 없이 들어간 수업시간
복습에도 여전히 게을렀다
세상은 그에게 시험시간을 주었지만
그는 모범답안을 쓰지 못했다
주관식이 아니고 객관식인 시험문제
문제는 늘 거기에 있었다
나는 나인데, 내 삶은 나의 것인데
왜 내가
주체가 아니고 객체라야 하는가
그가 질문하면
인생은 그런 거라고, 대충대충 사는 거라고
따지지 말라고 대답하네
그는 너무 시험에 빠진 것일까
그게 그의 시험일까
자신도 모르게 객관식 시험에 물이 든 그,
노을에 물든 하늘을 보니
얼굴이 붉어진다
그가 만일
헤겔씨의 변증법이라도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正과 反과 合의 의미를 알았을 것이다
밤새워 공부해도 피터지게 살아도
세상은 그에게 낙점만 준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의
방법이 문제일까. 문제는 늘 방법을 찾는다. 문제만
해결되면 그도 언젠가 우등생이 될 날이 있긴 있을까,
있을까?
열등생에게도 방법은 있다고, 절망 뒤에는
희망이 온다고
교과서에 써 있지만
그를 가르친 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었다
절망은 그의 선생
선생은 그를 복습시킨다.

댓글 '1'

jimieya

2003.02.28 19:42:29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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