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장석주
세상에서 내가 본 것은 아픈 사람들과 아프지 않은 사람들,
살아있는 것들의 끝없는 괴로움과 죽은 것들의 단단한 침묵들,
새벽 하늘에 떠가는 회색의 찢긴 구름 몇 장,
공복과 쓰린 위,
어느날 찾아오는 죽음뿐이다.
말하라 붕붕거리는 추억이여.
왜 어떤 여자는 웃고,
어떤 여자는 울고 있는가.
왜 햇빛은 그렇게도 쏟아져내리고
흰 길 위의 검은 개는 어슬렁거리고 있는가.
구두 뒷굽은 왜 빨리 닳는가.
아무 말도 않고 끊는 전화는 왜 자주 걸려오는가.
왜 늙은 사람들은 배드민턴을 치고
공원의 비둘기떼들은 한꺼번에 공중으로 날아오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