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박희봉의 보통의 삶

오늘 간만에 칼퇴근을 하고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를 집에 내려다 주고 출발하려는데 친구가 물었다.

"희봉아 너 집에 가면 뭐해?"
"으..응…뭐 그냥 별거 안해.."

사실 내 머리속에는 오늘 하고 싶은 일이 3121가지나 떠오르고 있었는데 이 중에서 친구에게 말했을 때 "응 그거 재밌겠다"라던지 "응.. 그렇구나"라는 대답이 나올만한게 하나도 없었다.

1. 희봉닷컴에 글 쓰고, 사진 올리고, 댓글이나 방명록 글에 댓글달기
2. 기타치면서 노래 부르기
3. 인터넷에서 온갖 재밌는 것들을 수집하기
4. 간단한 운동하기 (그렇다! 나도 집에서 스트레칭 정도는 한다구!)
5. 영화보기 (오늘은 뉴웨이브가수 클라우스노미의 다큐멘터리 The Nomi Song을 보았다. 유튜브에 1시간 반짜리 영화 전체가 떠있다니..)
6. 사진정리하기 (아이폰/아이패드 등으로 찍은 사진이나 인터넷 등에서 줏어모은 사진들을 카테고리 별로 정리해서 동기화 시킴)
7. 유튜브에서 뭘로 시작했는지 기억조차 안날정도로 연관동영상 누르다가 시간 허비하기
8. 영화 틀어놓고 현관에서 구두 닦기

근데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보통의 삶은 대게 이렇다

아침 9시 기상

세수하고 머리감고, 수트 입으면서 혼자 흐믓해하고 여의도 IFC에 위치한 회사로 당도하면 오전 10시

11시 반까지 좀비처럼 혼수상태로 인터넷을 하다가 점심먹으러 나감

음식이 옷(정확하게는 수트)에 튈까봐 노심초사 하면서 점심을 배에 밀어넣고 밥보다 더 많은 양의 커피를 위에 쏟아 부은 후 1시에 사무실로 복귀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좋다가 트위터 멘션이 오거나 하면 매의 눈으로 드립을 날리고 회사/상사 욕을 늘어놓음

클라이언트로부터 문의 전화가 오면 일단 다짜고짜 화부터낸 후 설명을 다 들은후 다시 을의 처지를 깨닫고는 허리를 연신 굽신거리며 친절하게 대답해줌

6시가 조금 넘으면 저녁먹으러 감..

낮에 여기저기 끌려다니고, 클라이언트 전화 응대하다가 못한 내 일을 하느라 야근.

퇴근길에 이태원 까페 보통(BOTTON)에 들러 나를 아는 사람들을 붙들고 그날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거짓말/과장/허풍을 늘어놓으면

어느새 내 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됨…

이게 나의 보통의 삶

그래도 썩 나쁘지 않아. 아직까지 수트 입은 나의 모습은 썩 멋지니까…

희봉

2013.04.26 00:06:08

쓰고 보니 너무 뉴요커 같다.. 아 뉴욕 다시 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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