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이제 진짜 TV 프로그램을 하나도 챙겨보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에는 숙제처럼 무한도전은 꼬박꼬박 챙겨보곤 했는데, 이젠 정말 하나도 안보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보지 않아도 거의 반 강제처럼 그 내용을 억지로 들을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개그콘서트나 짝같은 프로그램이 그러하다.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이후 이 세상은 너무나도 지루해서, 무언가 계속 흥미롭고 재미있는 떡밥을 갈망하게 된걸까… 그리고 그런 흥미/취미를 스스로 만들어내거나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타인과 소통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활을 하는게 틀림없다. (그러고보니 애니팡도 마찬가지인듯)

그런데 나에게 그런 얘기로 소통이 안되서 남들이 그런 얘기를 시작하면 나는 혼자 공상 속으로 빠져버린다. 촛점 잃은 눈으로 상대방을 응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일뿐 사실 내 머리속은 프린스나 레너드코헨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래도 가끔씩은 그 프로그램의 취지상 정반대의 성향인 내가 만일 출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상상해보곤 한다. 꾸미지 않고, 아니 오히려 나의 120%의 모습으로 과장한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욕할까..

아마 통으로 편집당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나오겠지…

내가 만일 남자 1호라면…


### 녹화시작 전 ###

애정촌에 사람들이 모인다. 남자 1호는 노랑패딩에 진그레이팬츠 블랙터틀넥을 입고, 브라운 테스토니 로퍼를 신은채 한쪽 어깨에는 기타를 메고 등장한다.

제작진이 남자1호에게 어글리한 유니폼을 건네주자 남자1호는 매우 당황한 듯 머뭇거린다.

"이걸 입어야하나요?"
"저희 프로 한번도 안보셨어요?"
"네, 이런 프로를 왜 보죠?"
"…."

### 녹화시작과 함께 나래이션 시작.. ###

남자 1호는 말이 없다.
남자 1호는 옷걸이게 걸려있는 자신의 수트를 보면서 눈물 한방울을 흘렸다.
남자 1호는 이내 이어폰을 꺼내더니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남자 1호가 번쩍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남자 2호가 말을 걸었다

"어디가?"
"똥"

### 여자1호와 대화 ###

남자1호와 여자1호가 길을 걷는다.

남자 1호는 자꾸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미리엄… 미리엄.. 댓서쳐 프리리 네임…"

여자 1호가 남자1호를 한창 쳐다보더니 휙 돌아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 여자2호와 대화 ###

남자 1호와 여자2호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여자 2호가 말한다.

"저는 커피 마시면서 음악듣는걸 참 좋아해요.."

남자 1호의 동공이 매우 커지면서 반문한다.

"어떤 음악요?"

"멜론 탑100이요… 너무나 다들 좋은 노래들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원하시면 제가 보내드릴까요?.. 이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네… 너한테알려줄이메일주소는없어 골벵이 네이버 쩜 컴 이에요.."

여자 2호 역시 남자 1호를 한창 쳐다보더니 휙 돌아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 여자3호와의 대화 ###

여자3호가 남자1호에게 말한다.

"아까 보니까 옷을 많이 좋아하시는 것같은데요."
"아니오, 저는 옷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저를 좋아할 뿐입니다."
"하하하, 재밌으시네요, 제가 악세사리 선물을 좀 하고 싶어지네요."
"어떤거요?"

"보라색 행커칲이 일단 하나 있구요.."
"오오오"

"그리고 STCO에서 나온 큐빅박힌 타이핀이랑 커프스링크가 예쁘던데…"
"헉!"

남자 1호는 번쩍 일어나더니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그후로 남자 1호를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남자1호는 통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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