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비바람, 아니 눈보라가 몰아치던 2012년 12월 8일 저녁… 신사가 2003년식 옥색 라세티에서 내린다.

잠실실내체육관 앞에 도착했을때, 공연장 앞에 걸린 맥스웰의 흑백 포스터… 신사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장애인 할인 티켓을 얻은 까닭에 표를 받기 위해 신사는 마치 카이저소제처럼 자신의 명품 구두를 아스팔트 바닥에 질질 끌면서 매표소엘 향했다.

"이보시오, 내가 그 사람이오, 박희봉… 장애인 티켓을 받으러 왔소이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이 아름답고 똑똑한 여인은 벙어리라오.. 그러니 내가 예매한 장애인 할인 티켓 2장을 어서 내놓으시오…"

노랑패딩 아래 블랙터틀넥에 진그레이팬츠를 입고 테스토니 브라운로퍼를 신은 신사가 미간에 인상을 잔뜩 쓰며 오롯이(!) 말했다. 매표소 직원은 신사와 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아무런 의심없이 표 두장을 건네주었다.

신사가 표 두장을 흔들며 활짝 웃자, 미녀는 "어버버버버버 우엉우엉 껑껑"하며 기쁨을 표시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누군가의 오프닝 무대가 준비되어있는 듯 보였다. 공연시작 시간 1시간이 남은 7시… 커다란 아프로 헤어에 빗을 꽂은 한 드러머가 무대위로 올라와서 공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 위로 한줄기 조명이 비추고 디안젤로가 등장했다. 맙소사. 디안젤로는 1집의 힛트곡인 브라운슈가, 쉿뎀머더뻐커 등을 열창하고 앵콜을 받고는 How Does it feel를 멋진 기타솔로와 함께 선사했다.

전혀 뜻밖의 오프닝에 사람들은 멍한체 무대를 응시했고, 곧이어 익숙한 피아노 선율이 무대를 가득채웠다. Kate Bush의 명곡을 리메이크해서 호평을 받았던 This Woman's Work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오늘의 주인공 맥스웰이 등장했다. 공연장을 가득 매운 1만 관객들은 톰포드 쓰리피스 수트에 블랙 옥스포드 슈즈를 신은 검은 신사를 향해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노래를 끝마치고 맥스웰이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연이어 노래를 이어갔다. 1집의 대표적인 힛트곡인 Wherever Whenever Whatever, Till the cops comes knockin', Welcome, Sumthin' Sumthin'를 부르고 맥스웰의 수트엔 땀이 흥건했다. 타이를 루즈하게 고쳐메고 자켓을 벗은 상태로 다음 곡을 이어갔다.

맥스웰은 말했다.

"다음에 부를 곡은 Fistful Of Tears입니다. 이 곡은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Prince의 곡 중에서 영감을 받은 곡인데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실까요?"

신사가 손을 번쩍 들자 맥스웰이 이 키작은 신사를 가르켰다.

"와우! 저기 유니클로 수트를 톰브라운처럼 입으신 신사분이 아시는군요?"
"네! 저는 효창공원에서 온 박희봉인데요… 프린스의 Beautiful Ones아닌가요?!"
"네 맞았습니다, 좀있다가 대기실에 오면 내 땀에 젖은 톰포드 수트를 만져볼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
"끼앗호!!"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자 맥스웰은 호소력짙은 목소리로 Fistful Of Fears를 열창하고 연이어 Pretty Wings와 Bad Habits을 선사했다. 공연장의 사운드가 너무나 훌륭한데다 초일류 보컬리스트다운 노래 실력으로 관객들은 감히 이제껏 상상하기 힘든 귀호강을 하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맥스웰이 말한다.

"제 친구 에릿베네가 지난번 서울재즈페스티발에 와서 대단한 천재 소녀를 만났다고 하더군요. 케이팝스타인가 하는데서 발굴된 소녀라던데 저보고도 반드시 반드시 듀엣을 해보라고 적극 추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뒤에서 깜찍한 차림의 박지민이 등장했다.

와우페달이 깊게 먹힌 기타 리프에 브라스가 총동원된 화려한 인트로와 함께 Get To Know Ya가 시작된다. 맥스웰과 박지민이 서로의 눈을 뜨겁게 응시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관객들도 엄청난 박수와 함성소리로 응대했다.

노래가 끝나고 박지민이 무대를 떠나자 맥스웰이 그녀를 쫒아 황급히 무대뒤로 사라졌다.

5분후..

10분후…

15분후…

맥스웰이 나오지 않자 사람들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이 더 지나자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등장해 무언가를 통보했다.

"아, 여러분 죄송합니다. 맥스웰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갔어요… 대기실 테이블에 이런 메모가 남겨져있네요."

- 에릭베네 시벌롬아 -

희봉

2012.12.11 00:44:16

(부제: 에릿베네의 복수)

희봉

2012.12.11 00:46:47

설마 이 공연후기 진짜로 믿으시는 분 없겠죠?????

희봉

2012.12.11 00:48:13

이 스토리를 제대로 즐기시려면 아래 2개의 글을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1. 맥스웰 내한공연 티켓 획득 스토리 - http://heebong.com/xe/?mid=writing&page=2&document_srl=74968

2. 희봉닷컴이 제안하는 내한공연 계획 - http://heebong.com/xe/?mid=writing&search_keyword=maxwell&search_target=title_content&document_srl=70760

박희봉

2012.12.11 01:10:44

내 가상 공연후기를 팬픽으로 폄훼하지말라..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니까!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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