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한번도 담배를 피고 싶다고 느꼈던 적이 없지.. 왜냐면 넌 한번도 어른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얼마전 개봉한 "아버지를 위한 노래"에서 주인공인 숀펜은 한때 잘나가던 글램록커였으나 자신의 노래를 듣고 청소년 둘이 자살하자 그 충격으로 대중의 눈에서 벗어서 은둔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의 영향으로 가출을 한 아들을 둔 노파를 대면했을때 노파는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고, 주인공은 어찌할 줄 모르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노파가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한번도 담배를 피워본적이 없지.. 너는 어른이 된 적이 없으니까.."
"…"

나는 담배를 연신 피워댈만큼의 고뇌와 번뇌, 갈등을 대면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2. "Time takes a cigarette"

데이빗보위의 락앤롤명반 Ziggy Stardust의 마지막곡 "Rock N' Roll Suicide"의 첫 가사…

마치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의 주윤발이 무언가를 질겅거리는 듯한 반항적인 입술로 꼬나무는 담배가 아닐지라도, 그냥 보통사람들이 입에 꼬나무는 담배 한개피마다 각자의 사연과 각자의 세월이 하나둘씩 흘려간다.

비흡연자로써 나는, 담배 한개피가 주는 어떤 낭만적이고 친근한 감성을 이해하려고 애써왔으나 철창살 안의 맹수를 보는 것처럼 그 열기와 재를 경계해 왔다.

나는 결코 나 자신을 하얗게 불태울 자신이 없었으므로… 자그마한 불꽃이라할지라도


3. "담배피는 여자 만나본적 있나요?", "아…네.."

질문을 받는 순간 내 머리속에는 한 사람만 떠올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 사람이 또 있었다.

어쨌든..

담배를 피는 순간만큼은 나와 그 친구의 심리적 공감선이 가장 멀어졌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마치 브라운관의 배우를 보듯이.. (물론 그것이 묘한 매력포인트로 작용했던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같다)

21살의 나는 모든 것이 어설프고 불확실한 것 투성이었으나, 친구는 모든 것에 확신이 차있었고 대담해 보였다.

나는 그 친구를 사랑한 것 이상으로 질투했다. 그리고 담배는 그 모든 것이 응집된 하나의 상징이었다. 담배를 피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철이 들고, 세상이 나에게 묻는 가치들에 대해서 명확히 대답할 수 있는 때가 올 수 있을거라 믿었다. 철들기 위한 나의 고군분투가 장벽에 부딫힐때 친구와 친구의 담배가 떠올랐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난 담배를 피지 않고,
여전히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희봉

2012.10.07 00:54:33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럼 미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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