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면허를 딴게 2001년이었는데 운전을 별로 한적이 없다가 최근에 이사를 하고 주차장이 생기면서부터 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큰매형으로부터 양수받은 2003년식 옥색 라세티… (혹자는 내가 계속 옥색을 강조하는 이유가 옥색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처음에는 싫었으나 이제는 그냥 정이 들어버렸다. 예쁘건 안예쁘건 내 것은 언제나 종국에는 정이 들기 마련이가보다)

사실 그동안 내가 운전을 기피했던 까닭은 사실 조금 무서웠기 때문이다. 내가 우선 나의 운전솜씨를 믿을 수 없었는데다가 교통사고로 죽는 것만큼 개죽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길치인 것도 한 몫!)

그런데 막상 운전을 시작하면서 내 생활 패턴이 비약적으로 달라졌다. 미국사람들이 고물차라도 끌고다니려는 심정을 이제야 알 것같다. 비단 기동성같은 것을 차치하더라도 나에게는 이런 이점이 있다.

1. 움직이는 나만의 음악감상실

이제 이동중에 음악을 듣기 위해서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귀에 꾸겨넣지 않아도 된다. 그다지 고음질 스피커는 아니지만 내 마음껏 볼륨을 한껏 올린 나만의 음악감상실.. 게다가 맘껏 따라부르며 소리질러도 누가 알아채지도 못한다는 것 아닌가!!!

조금 위험한 점은 가성이 들어간 노래를 너무 열심히 부르다가 머리에 피가 모자라 아찔한 현기증 비슷한 것까지 느끼게 된적이 있었는데, 행여나 살짝 블랙아웃이 되서 사고라도 난다면 참 쪽팔릴 것같다.

경찰 "왜 사고를 내셨죠? 졸음운전하신건가요?"
나 "아뇨, 프린스 노래 가성으로 삼단고성 지르다가 산소공급부족으로 잠시 기절했습니다."

그저께 처음으로 목적지를 따로 두지 않고 그냥 차를 몰고나와 음악을 크게 틀고 드라이브를 했는데 생각보다 썩 괜찮았다. (그런데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서울엔 왤케 차가 많은거냐..)

2. 날씨로부터 해방

본래 코트는 거지들이나 입는 말이 있다. 부자들은 어차피 차타고 다니니까 길거리에서 걸어다닐 일은 그닥 많지 않다는 뜻에서 나온 패션 우스개다. 본래 날씨는 부자든 가난한 자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다들 만나서 할 얘기없으면 날씨얘기하는 거다. 그런데 일단 차를 몰고 다니니까 날씨 걱정을 안해도 되는게 참 편하다.

나처럼 비루한 몸뚱이를 지니고 태어나 날씨에 유독 좌지우지되는 신체조건에서는 참바람 맞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게 참 행복이다.

이러다가 여름엔 빤스한장만 입고 운전하지 않을까 싶은데;; 혹여나 서울 시내에서 마주치더라도 사진찍거나 하지 마시길..

3. 사람들로부터의 도피

사실 내가 차를 가지고 다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의 낯선 사람들의 인파에 파뭍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다.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을 본능적으로 혐오하기 때문에…

괴성을 지르는 사람, 술냄새나는 사람, 이상한 패션조합을 가지고 있는 사람 등등.. 괴상하면서 자꾸 쳐다보고싶은 그런 사람들… (사람 많은거 안좋아하면서도 사람구경하는거 좋아하는건 좀 변태스럽다)

4. 제일 중요한 그것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방귀낄수 있는 것;;

사족. 차의 왼쪽엔 프린스, 오른쪽엔 마이클잭슨 얼굴을 붙이고 다닐까 했는데 이런거 어디서 주문제작하면 되는지 아시는 분?

희봉

2012.03.25 23:10:55

내가 운전할때 듣는 playlist - http://ex.fm/heebong

희봉

2012.03.26 00:46:15

근데 우리나라 운전자들 왤케 찌질함? 자기 평소에 찌질한거 죄다 운전하면서 보상받으려고 하는 듯.. 제발 깜빡이 켜면 양보좀 해달라고!! ㅋㅋㅋ 나 오늘 차선 한번 잘못 옮겼다가 수십키로를 더 갓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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