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노예근성이 아니고, 노예다

삼일 회계법인에 다닐때 법인을 10년 가까이 다니던 우리 매니저가 퇴사 직전에 외쳤던 한문장이 기억난다. 물론 자조섞인 농담이었을 뿐이지만 오랫동안 내 머리속에 남아있다.

“난 내가 이제까지 노예근성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난 그냥 노예였던 거야..”

연말 대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좋은 학교에서 성실히 공부한 친구들이라 다들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그들과 전혀 친하지 않은 탓에 그들이 전혀 문제없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거라 예상(기대)했었다. 직장에서 일때문에 괴롭고, 사람때문에 괴로운건 나밖에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한번 떠보니 다들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역시 사회생활 최고의 고충은 인간관계다.

친구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의 한 8~90%는 내 직장상사가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2. 코드가 맞아야 한다.

힘든 일은 할 수도 있다. 아니 애초부터 힘든 일이란 없는 거고, 힘든 사람, 짜증나는 사람과 하는 일만 있는 거다. 사람들이 예쁘기만 하고 아무런 쓰잘데기없는 맥북(내가 이게 맥북에 대한 최고 찬사다. 왜냐면 그만큼 예쁘고 갖고싶다는 거니까..)에 거금을 들여 사는 이유는 그 교환가치는 마음 속에서 매겨지기 때문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일, 힘든 일, 힘든 일, 죽도록 하기 싫은 일.. 이 모든 것이 상당수 내 마음속에서 결정된다.

나는 현재 직장에서 하는 모든 일이 짜증난다.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

3. 커리어와 직장의 차이는…

얼마전 미국의 코메디언 크리스락의 쇼를 보았는데, 거기서 크리스락이 말하길 커리어를 쌓는 사람과 직장을 다니는 사람의 차이를 말해주었다.

"커리어를 쌓는 사람은 시간이 빨리가요, 시계를 보면 어느덧 5시 반.. 하루가 다 가버리죠.. 하지만 직장엘 다니는 사람은 시간이 안가.. 기껏 일하고 시계를 보면 오전 9시 15분이라니까!

그래서 2시간 동안 시계보지않기를 하기로 했지.. 일하고.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그렇게 엄청 일하고 2시간은 너끈히 지났겠지 하고 시계를 봤는데..

30분밖에 안지난거야! WTF!"

나의 시간은 빨리 흐르지 않는다. 하루하루 더디고 지겨울 뿐..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기억에 나질 않고, 덕분에 세월이 빨리 간다고 느낄 뿐이다.

1년, 2년이 지나도 내가 무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4. 다시 한번, 나는 노예가 되지 않을 거다.

노예의 생활은 허무하다. 자기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 잘 나가봤자 그것은 그냥 남들보다 반짝거리는 사슬을 차고 있는 것일뿐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나는 나만의 것이 있엇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겐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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