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기분, 기운, 묘한 감정에 이끌려 "글을 쓰고 싶어졌다"라는 제목으로 내 생각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그런 아이디어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건 하나도 없었던 것같다.

1. 맥북 에어를 샀다

아이패드를 작은 누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예전부터 내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던 하나의 씨앗(아이디어)에 휘말려 3일만에 맥북 에어를 질러버렸다. 그리고 앱스토에서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은 iA Writer (글쓰기 전문 프로그램)이고 지금도 찬바람이 들어오는 작은 골방에 앉아 무엇을 써야할지도 모른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2. Father & Mother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가 너무나도 달랐다. (꼭 그것이 When Doves Cry의 가사처럼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가끔은 저렇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오랫동안 같이 살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도 했다.

고독하고, 사색을 좋아하며 우유부단하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버지의 것이었다. 반면 유머러스하며 달면에, 카리스마가 있고 성격이 급하지만 현명하고, 예술(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어머니의 것이다.

나는 음악에 크게 빠졌다. 때론 불같은 성미에 유머가 넘치고 수다떠는 것을 좋아했지만 아버지의 피를 타고난 탓에 혼자일 때가 좋았다. 하지만 독서는 거의 하지 않으며 글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이제까지 언강생심 가져본 적이 없다.

왜냐면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큰누나의 운명"인 것처럼 보였다. 큰누나의 독서에 대한 열망은 내가 언제나 경외감을 가질 정도였다. 결국 20대 중후반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름이 알려진 몇개의 대회에 소설을 출품해서 상을 받았으나 30대에 접어들자 글쓰기를 그만 두었고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아니면 누나가 말해줬으나 내가 잊었던지.

그런 탓에 글쓰는 유전자는 내게 오지 않았다고 믿었다.

그런데 갑자기 글을 쓰고싶어진 건 무엇때문이었을까. 끽해야 내 홈페이지에 이것저것 불평불만과 삼류 자아성찰만 늘어놓던 나에게, 무언가 새로운 욕심이 생겨났다.

그것은 마치 Fashion에 처음 눈뜰때와도 같은 단계적인 욕구와도 비슷한 것일까? 의식하지 않은채 헐렁한 옷과 네모 반듯한 각구두를 신고 다니다가 어느날 문득 내가 입고 신은 것들이 예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쇼윈도의 명품수트와 코가 둥근 드레스슈가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과도 같은.. 단순히 "그냥 입는 것"에서 "예쁘게 입는 것"으로 나아가고 싶은 그 욕망..

비슷한 것이, 무언가 그럴싸한 것을 써보고 싶은 욕망이 나를 휘감고 있다. 노래 가사든.. 시든.. 아니면 칼럼이든 말이다. "그냥 쓰는 것"에서 "아름답게 쓰는 것"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같은 것… 따라서 나는 아름답게 쓰려면 폼나고 멋있고, 재밌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나보다. 마치 작가들이 타이핑머쉰을 두들겨가면서 글을 쓰듯이, 나도 나만의 writing machine이 그럴싸 해야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3. Why I Write

얼마전 조지오웰의 수필집을 하나 샀는데, 사실 다른 건 다 떠나서 오로지 제목 하나에 꽂혔던 것이 사실이다. "Why I Write", 당연히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앞에서 설명하지 않았던가! 나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언젠가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 책을 읽는 것이 정말 폼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때쯤 그 책을 집어들 것이다.

아직 나는 내가 왜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이나 설명을 할 수 없다. 앞으로 내가 글을 얼마나 쓸 것인지, 어떻게, 무엇을 쓸것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다. 그런 고민마져 이렇게 글을 쓸 거리가 된 것 뿐이었다. 마치 산이 거기에 있었으니까 등반한 산악인처럼 말이다.

나는 끌리는 것을 향해 그냥 다가갈 것이다.

인생은 길지 않을 테니까.. (더군다나 나처럼 유약한 사람에겐 더더욱..)

희봉

2011.12.25 23:28:59

얼마전 누나들의 집을 들러 "그럴싸한 책들"을 잔뜩 집어왔다. 책을 잘 읽지 않지만, 책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나는 알고 있다. 마치 CD가 아닌 LP판을 수집할때와도 같은 그런 욕망...

희봉

2011.12.26 03:17:40

새벽 3시에 낑낑대면서 프로필 페이지 (Why Me?) 바꿨당. 차라리 달밤에 체조를 하면 건강에라도 좋지.. 이건 뭐;;;
List of Articles
공지 [기록] 인간 박희봉에 대한 짤막한 소개... [1] 희봉 2013-08-07 44129
공지 [목록] 갖고 싶은 것들 [20] 희봉 2015-06-26 36740
공지 [링크] 몇몇 장문의 일기 들.. 희봉 2014-01-28 28848
1281 기분이 별로일 땐 희봉 2015-12-21 1051
1280 일기 2015.12.20 [3] 희봉 2015-12-20 1081
1279 무제일기 2015.12.08 희봉 2015-12-09 965
1278 밀린 일기 12월 6일 2015년 [1] 희봉 2015-12-06 1206
1277 내 생애 최악의 상사를 만났다. 희봉 2015-11-09 1336
1276 개업 7일째 [1] 희봉 2015-10-19 1286
1275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의 불가능성 희봉 2015-09-16 1321
1274 여행은 안가? 희봉 2015-09-15 1081
1273 내 인생 처음으로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희봉 2015-09-13 1277
1272 프린스 신작 Hit N Run Phase One 리뷰 희봉 2015-09-10 1303
1271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으니 [4] 희봉 2015-08-28 1216
1270 1994년의 여름을 기억한다 희봉 2015-08-07 1245
1269 소설 박희봉 [2] 희봉 2015-07-29 1631
1268 2015.07.22 무제일기 [2] 희봉 2015-07-22 1193
1267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하기 희봉 2015-07-07 1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