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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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가 죽은 바로 그날부터 유튜브에 프린스의 음악들이 끝도 없이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사이트에 본인의 음악이 올라오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했었기에 프린스의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미션이었다. (이젠 그 누구도 시디나 테잎을 선물하지 않으니까…)

퍼플레인 정도만 알던 보통의 사람들이 프린스의 숨은 명곡들과 그의 놀라운(!)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감탄의 댓글을 남기는 것을 보는 것은 팬의 입장에서 뿌듯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분명한 건 프린스 자신이 자신의 음악이 이렇게 소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마우그의 용처럼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엄청난 보물들을 “혼자” 외롭게 지켜내고 있던 왕이었으나 “불멸의 왕”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성안은 이미 도둑들로 넘쳐나는 듯 하다.

프린스는 생전에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해 “Stop Stealing My Music”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항상 자신의 창작물에 대하여 완벽한 통제권을 행사했었는데 그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헛되이 되는 것같아서 가슴이 쓰리다.

그리고 오늘 수천곡에 이르는 미발표곡이 들어있다고 전해진 그의 비밀 금고(The Vault)를 강제로 열어재꼈다는 뉴스가 들렸다. 생전에 팬들은 “프린스가 죽어야 그 금고 안에 들어있는 미발표곡들을 들을 수 있을텐데…”라는 농담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유산들이 생전 그가 주장했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약탈(!)되고 있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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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완벽에 가까운 통제권을 행사하던 사람이었다. 작사/작곡/편곡/연주/프로듀싱 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내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그가 만들던 곡들은 누가 “감히” 믹싱을 한단 말인가. 설사 모든 작업이 완벽히 끝난 상태의 곡이라 할지라도 앨범의 컨셉이나 곡 순서 등 아티스트의 통제권을 벗어난 순간 그것은 이미 “프린스의 앨범”이라 불릴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 그것은 프린스의 음악이 아닌 것이다.

이제 더이상 “그의 손을 거치는” 음반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가 살아있을 땐 그의 39장의 정규 앨범에 담겨있는 수백 수천곡의 노래들을 마치 무제한으로 쓸수 있는 물과 공기처럼 하찮게 여겼다. (언제나 매년 새로운 곡들이 나왔으므로…)

그러나 이제 가장 망한 앨범의 가장 듣기 싫은 노래 조차 이제 내겐 소중해져버렸다. 무한의 삶을 살것 같았던 프린스의 무한 창작의 노래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순식간에 유한의 것이 되었다.

마르지 않는 샘이 말라버리자 나는 이제 길을 잃었다

희봉

2016.04.29 01:10:24

그가 죽은 후로 침대에 누워 관련 기사를 읽다가 새벽 한두시를 훌쩍 넘기곤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간 몸이 아팠고 조금 더 말랐다. 이제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기사도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이제 다시 곧 정상(?)으로 되돌아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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