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잠자는 숲

-황인숙


내 가슴은 텅 비어 있고
혀는 말라 있어요.

매일매일 내 창엔 고운 햇님이
하나씩 뜨고 지죠.
이따금은 빗줄기가 기웃대기도,
짙은 안개가 분꽃 냄새를 풍기며
버티기도 하죠.
하지만 햇님이 뜨건 말건
빗줄기가 문을 두드리건 말건
안개가 분꽃 냄새를 풍기건 말건
난 상관 안 해요.
난 울지 않죠.
또 웃지도 않아요.
내 가슴은 텅 비어 있고
혀는 말라 있어요.

나는 꿈을 꾸고
그곳은 은사시나무숲.
난 그 속에 가만히 앉아 있죠.
갈잎은 서리에 뒤엉켜 있고,
난 울지 않죠, 또 웃지도.
은빛나는 밑둥을 쓸어보죠.
그건 딱딱하고 차갑고
그 숲의 바람만큼이나.
난 위를 올려다보기도 하죠.
윗가지는 반짝거리고
나무는 굉장히 높고
난 가만히 앉아만 있죠.
까치가 지나가며 깍깍대기도 하고
아주 조용하죠.
그러다 꿈이 깨요.
난 울지 않죠, 또 웃지도 않아요.

내 가슴은 텅 비어 있고
혀는 말라 있어요.
하지만 난 조금 느끼죠.
이제 모든 것이 힘들어졌다는 것.
가을이면 홀로 겨울이 올 것을
두려워했던 것처럼
내게 닥칠 운명의 손길.
정의를 내려야 하고
밤을 맞아야 하고
새벽을 기다려야 하고.

아아, 나는
은사시나무숲으로 가고 싶죠.
내 나이가 이리저리 기울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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